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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밥을 '한 숟갈'씩 덜었을 때 벌어진 일[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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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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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목표→실패→아무것도 안 하기' 악순환…8일간 좋은 습관 만들기, "시간이 아니라, 반복 횟수가 중요"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안 보였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밥을 먹을 때마다 한 숟갈씩 덜어볼까.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한 내게, 아주 작은 목표를 세우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이대로 포기하느냐, 아니면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느냐, 그 기로에 있었으므로./사진=그래도 밥이 많아 보인다고 믿는, 남형도 기자 아내
밥을 먹을 때마다 한 숟갈씩 덜어볼까.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한 내게, 아주 작은 목표를 세우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이대로 포기하느냐, 아니면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느냐, 그 기로에 있었으므로./사진=그래도 밥이 많아 보인다고 믿는, 남형도 기자 아내
매일 밥을 '한 숟갈'씩 덜었을 때 벌어진 일[남기자의 체헐리즘]
저녁 8시. 밥 먹고 선풍기 쐬며 드러누워 있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방긋 웃는 캐릭터 쿠션을 배 위에 올려놓으면 더없이 행복했었다. 다리 한쪽을 소파 등받이에 올리면, 온 지구의 힘이 날 끌어당겨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아마 나무가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종종 생각했었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아내가 갑자기 날 보며 이렇게 말했다. "자기, 운동 열심히 하네?" 문득 정신을 차리니, 나도 모르는 사이 줄무늬 슬리퍼를 신고 팔을 앞뒤로 정성껏 흔들며 집안을 걷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동으로 척척 이뤄졌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집안을 사뿐사뿐 걷는 기자. 하루에 5분 걷기, 쉬운 거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사진=TV를 가리지 않길 바라고 있는, 남형도 기자 아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집안을 사뿐사뿐 걷는 기자. 하루에 5분 걷기, 쉬운 거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사진=TV를 가리지 않길 바라고 있는, 남형도 기자 아내
'부지런한 넌 누구야, 어서 내 몸에서 썩 나가거라.' 난 속으로 부정했다. 봄은 설레어서 여름은 더워서 가을은 스산해서 겨울은 추워서 운동을 하기 좋지 않다며 숨만 쉬었던 게 다름 아닌 나였으니까. 의아했다.

그래서 이 모든 일을 기록하고자 한다. 나처럼 뿌리를 깊게 박고, 새가 지저귀는 ASMR을 들으며 광합성만 하는, 지구의 허파가 되기 직전인 비옥하고 살진 나무 독자들을 위하여.

게으름뱅이 남형도에게, 대체 8일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우울한 다이어트 실패, 반복되니 '아예 멈춤'


내가 좋아하는 자세는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는 것이다. 똘이와 마주하면 꼬순내가 나서 더 좋다. 이 안을 벗어나는 건 두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사진=똘이를 안쓰럽게 여기고 있는 남형도 기자 아내
내가 좋아하는 자세는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는 것이다. 똘이와 마주하면 꼬순내가 나서 더 좋다. 이 안을 벗어나는 건 두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사진=똘이를 안쓰럽게 여기고 있는 남형도 기자 아내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한 지 오래되었다. 이젠 언제부터 마음먹었는지 기억이 채 나지 않는다. 그럴 때 보통 내 목표는 이렇게 잡았었다. 방법은 잘 안다. 39년간 연구했으니 논문 하나 써야 할 수준.

운동: 일주일에 3번, 하루 30분 이상 동네 뜀박질. 팔굽혀펴기 하루 30회. 스쿼트(하체 운동) 하루 50회. 근력 운동을 먼저 하고 유산소로(디테일).

식이요법: 저녁 7시부터 아침까지 공복 유지(간헐적 단식), 점심은 든든히 먹고 저녁은 적게. 야식은 금지. 물과 채소를 든든히 먼저 먹고, 다른 걸 줄여 먹기.

자극: 동기부여를 위해, 매일 몸무게를 기록. 줄어가는 뱃살을 보며 더욱더 열의를 불태우기.

대개 초반엔 열심히 하다가, 불타는 금요일엔 보상 심리가 극대화되어 폭풍 흡입을 한 뒤, 다음 날 아침엔 결국 난 안 되는 건가 하며 주말 내내 더 먹은 뒤, 자괴감에 빠져 포기 상태가 됐었다. 실패가 반복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자신감도 떨어졌고, 의지가 이리 약한 건가 자책하기까지 했었다.



아주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


4월에 세운 몸무게 기록표인데, 아직까지 붙어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더 이상 마음을 먹기 힘들게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4월에 세운 몸무게 기록표인데, 아직까지 붙어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더 이상 마음을 먹기 힘들게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실패 원인을 되감아 봤다. 단순했다. 지키기 힘든 목표여서, 의지가 강할 땐 해냈으나 그렇지 못할 땐 놓아버리기 일쑤였다. 의지의 크기는 매일 달라서, 고르게 이어갈 수 없었다. 그러니 습관이 될 리 만무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란 책을 봤다. 터무니없을 만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란다. 그것도 2분 이하로. 예컨대, '오늘 요가를 해야지'가 아니라 '요가 매트를 깔아야지'로 바꾸라는 게다. '아침 조깅을 5킬로 뛰어야지' 대신 '운동화 끈을 묶어야지'다. 이건 100% 잘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클리어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습관을 시작하기 쉽게 만드는 거다. 일단 시작하면 그 일을 계속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새로운 습관이, 도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는 안 된다."

손해 볼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살을 빼기 위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까. 그보단 작게나마 뭐라도 하는 게 낫겠지 싶어, 속는 셈 치고 믿어보기로 했다. 실제 되는지 해보고 있는 그대로 알려주면 좋겠다 싶어서.



'집에서 5분 걷기', 100% 지킬 수 있는 일만


집안을 5분씩 걷고 있는 기자. 땀도 안 나는데 헤어밴드까지 했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사진=남형도 기자 아내
집안을 5분씩 걷고 있는 기자. 땀도 안 나는데 헤어밴드까지 했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사진=남형도 기자 아내
그러니 아주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아래와 같이 정했다. 기한은 8월 11일부터 8월 18일까지, 8일간 해보기로 했다.

<살 빼기>
운동: 집안을 5분만 걷기.
식사: 밥을 딱 한 숟갈만 덜기.
간식: (먹는다면) 과자 한 알, 아이스크림 한 숟갈만 먹기.

<책 읽기>
어떤 책이든, 매일 딱 한 페이지만 읽기.
한줄짜리 쪽지이지만, 이렇게나마 매일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군데군데, 이렇게 붙여 놓으면 아내가 웃곤 했다. 그걸 보면 기분이 좋다. 협박당해서 쓴 건 아니다. 정말이다./사진=자발적으로 쪽지를 쓴 남형도 기자
한줄짜리 쪽지이지만, 이렇게나마 매일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군데군데, 이렇게 붙여 놓으면 아내가 웃곤 했다. 그걸 보면 기분이 좋다. 협박당해서 쓴 건 아니다. 정말이다./사진=자발적으로 쪽지를 쓴 남형도 기자
<가족 관계>
아내에게 매일, 포스트잇에 한 줄만 쪽지 쓰기(아내가 협박한 것 아님).

<나쁜 습관 없애기>
손톱 물어뜯지 않기: 새끼손가락만 뜯지 않기. 나머지는 다 뜯어도 됨.
스마트폰 줄이기: 화장실에서 응아할 때만 보지 않기.

<똘이 산책시키기: 바깥을 몹시 무서워해서>
바깥에 나가서 그냥 5분만 안고 있기.



"쉽다 쉬워", 100% 달성 쾌감과 시작된 고민


실은 한 숟갈을 더는 게 얼마나 큰 효과이겠냐 싶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많이 먹지 말아야지하고 생각을 하게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아내
실은 한 숟갈을 더는 게 얼마나 큰 효과이겠냐 싶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많이 먹지 말아야지하고 생각을 하게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아내
첫날, 이 모든 계획을 100% 다 지켰다. 리스트에 다 동그라미를 쳤다. 심히 드문 일이다.

쉬우니까 부담이 없었다. 그러니 시작하기 좋았다. 저녁밥을 먹기 전에 한 숟갈을 덜었다. 차곡차곡 모아서 냉동 밥을 만들어둘 계획이었다. 그날 밤, 후딱 5분을 걸었다. 이제 좀 걸어보려 하니 금세 시간이 다 돼 있었다. 욕심내지 않고 거기서 끝냈다.

읽기 좀 힘들었던 책도 볼 수 있게 됐다. 소설 작법 책을 한 장 읽었다. 1분이면 충분했다. 거기서 딱 멈추니, 심지어 다음 내용이 궁금하기까지 했다. 빨리 내일이 되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엔 아내에게, 작은 포스트잇에 한 줄 편지를 썼다. '오늘도 함께여서 참 좋아'. 잘 보이는 곳에 붙였다. 잠깐이면 충분했다.

자정이 넘어가며 정리를 해봤다. 좋았던 건, 어쨌거나 다 지켰다는 기분이었다. "오늘도 또 망했네"란 생각을 안 해도 되어서였다. 그렇지만 고민이 된 건, 아무래도 너무 사소한 것 같단 생각 때문에. 이렇게 해서 언제 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런 조바심이 들기도 했다.



<쏙쏙 Advice,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가 18일 오후 기자와 만나, 그동안 했던 체험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다. 고맙습니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가 18일 오후 기자와 만나, 그동안 했던 체험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다. 고맙습니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습관을 들이는 첫날은 "에계계?" 이 정도 느낌이어야 한다. 고통스러운 걸 내일 또 한다고 생각하면 싫다. 그러니 뇌가 놓아버리는 거다. 쉬운 일 정도가 아니라, 만만해야 한다. 큰 덩어리라 생각했던 걸 잘게 썰어서, 그중 가장 만만한 걸 골라서 "그것부터 조지세요"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내가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습관을 잘 만드는 사람은, 자기 뇌에 사기를 잘 친다. 잘 꼬셔야 한다. 방법이 있다. 예컨대, 전날 스쿼트를 30개 했는데 근육이 땅겼다면, 다음 날은 20개를 한다. '내일은 덜 힘들 거야' 이렇게 암시하는 거다. 그다음에 22개, 25개, 이런 식으로 다시 올린다. 30개, 40개, 50개 이런 식으로 계속 고통을 안기면 안 된다.

'나도 모르게 하고 있네?'란 생각이 들기 전엔 늘리면 안 된다. 습관이 들려면 반복해서 하는 횟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편안함의 저항,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산책을 몹시 무서워해서, 주로 집안에서 놀아줬었던 반려견 똘이. 작은 무언가라도 하기 위해 집 밖에 나와 5분만 앉아 있었다. 금세 토끼눈이 되었다. 결국 실패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에게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자 &quot;개통령에게 물어봐달라&quot;고 고사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셀카
산책을 몹시 무서워해서, 주로 집안에서 놀아줬었던 반려견 똘이. 작은 무언가라도 하기 위해 집 밖에 나와 5분만 앉아 있었다. 금세 토끼눈이 되었다. 결국 실패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에게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자 "개통령에게 물어봐달라"고 고사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셀카
3일 차까진 '해야 할 것'을 메모해두고 하나씩 지워가며 했다. 마냥 쉽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심리적인 저항도 시작됐다.

하나하나 다 하려니, 어쩐지 귀찮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빠짐없이 다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히 컸다. '이렇게 사소한 것도 못 지키면, 정말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한몫했던 것 같다. 하나하나 다하려니 어쩐지 숙제 같기도 하고 크게 즐겁지 않았다(체험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반면, 오래 자리 잡은 나쁜 습관은 순식간에 삐져 나왔다. 밥 한 숟갈 덜기를 해야 하는데, 저녁에 떡볶이를 먹었더니 어떻게 할지 몰라서 그냥 막 먹었다.

그러니 뭔가 또 실패했단 생각에 기분이 나빠져, 야식으로 피자 빵까지 냠냠 해치웠다. 연쇄 효과로 '5분 걷기'도 안 하게 됐다. '에이, 오늘은 틀렸네', 아예 그런 기분이 들었달까. 그러니 무기력해졌다.



<쏙쏙 Advice,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했다. 좋은 습관이란 건 잘해봐야 1년에 2~3개 만드는 거다. 너무 큰 결과를 바라면 안 된다. 습관을 만드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꺼번에 적용하는 게 아니다. 일단 자기 마음에 드는 걸 하나 해보고, '어, 이렇게 하니까 좀 되네' 싶으면 또 다른 하나를 써보고 이렇게 하는 거다.

뇌가 습관을 만드는 데 부담이 덜해야 한다. 팁이 있는데, 일단 습관을 시작하는 건 '기분이 안 좋은 날' 한다. 기분 좋은 날은, 우리 뇌가 그걸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새로운 걸 안 해서다.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기제가 될 때는, 약간 우울하거나 약간 서글픈 날이다. 예컨대, 부부 싸움한 날 걸어야 한다.
매일 밥을 '한 숟갈'씩 덜었을 때 벌어진 일[남기자의 체헐리즘]
또 하나는, '전환점'을 잡고 그 전까진 해낸 걸 기록하고, 이후엔 남은 걸 생각하는 거다. 예컨대, 마라톤 선수들은 42킬로를 뛰는데, 절반인 21킬로까진 "내가 10킬로 뛰었네", "18킬로 뛰었네", 이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21킬로 지점 이후에도 "23킬로 뛰었네", "32킬로 뛰었네", 이러면 정신적으로 되게 힘들어진다. 그래서 절반을 뛰고 나선 "18킬로 남았네", "16킬로 남았네", 이러면 페이스를 유지하기 훨씬 좋다는 거다.

이걸 하루 50개를 하는 스쿼트에 적용하면, 25개까진 "12개 했네", "17개 했네" 이렇게 세고, 25개 이후엔 "24개 남았네", "23개 남았네" 이렇게 딱딱 내려오면 더 잘 되는 거다.



나도 모르게 하고 있을 때…습관이 '진화'했다


책을 한 페이지씩 읽었다. 그러니 두 페이지, 세 페이지를 더 읽고 싶어졌다. 그리 시작하는 게 중요한 거였다./사진=남형도 기자 셀카
책을 한 페이지씩 읽었다. 그러니 두 페이지, 세 페이지를 더 읽고 싶어졌다. 그리 시작하는 게 중요한 거였다./사진=남형도 기자 셀카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구나' 싶었던 4일 차를 넘기고, '이젠 자연스럽게 할 일이 떠오르네' 싶었던 6일 차까지 무사히 넘겼다.

그리고 8일 차가 될 무렵엔, 몸에 배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힘들여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하게 됐다. 비로소 습관이 된 거다.

지켜야 할 리스트를 보거나, 굳이 떠올리지 않고도, 습관을 지키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에게 포스트잇 편지를 쓰고, 밥을 보면 한 숟갈을 덜었으며, 집안 산책을 5분씩 하고 있었다. 이 책 저 책을 뽑아서 한 페이지씩 읽고, 네 손가락을 여전히 뜯었으나 새끼손가락만큼은 입에 물었다가도 반사적으로 빼게 됐다. 화장실에 갈 때만큼은 스마트폰을 놓았다.
밤에 5분 걷기를 할 때는 슬리퍼를 신고 걸었다. 층간소음은 안 된다./사진=남형도 기자
밤에 5분 걷기를 할 때는 슬리퍼를 신고 걸었다. 층간소음은 안 된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러니 습관이 자연스레 진화했다. 책은 두 페이지, 세 페이지로 이어졌고, 집안 걷기는 10분씩 하기도 했다. 밥은 두 숟갈을 덜 수 있었고, 아예 음식을 만들기 전에 미리 덜기도 했다. 습관이 서로 결합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5분을 걷기도 하고, 화장실에 갈 때 스마트폰 대신 책을 들고 가기도 했다.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쏙쏙 Advice,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매일 밥을 '한 숟갈'씩 덜었을 때 벌어진 일[남기자의 체헐리즘]
진짜로 물어야 할 질문은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몇 번이나 그 행동을 해야 할까요?"다. 습관이 자동화되려면 얼마나 오래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반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습관 형성에서 21일이냐, 30일이냐, 300일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횟수다. 우리의 현재 습관이 수백, 수천 번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내재화된 것처럼, 새로운 습관도 그만큼의 반복이 필요하다.

<쏙쏙 Advice,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습관은 진화한다. 자동화되어 있으니, 다른 걸 얹고 싶은 거다. 운전하면서 자꾸만 딴짓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10분 걷기가 예전엔 안 쉬웠을 거다. 그런데 5분 걷기가 습관이 된 뒤에, 5분을 더 붙이는 건 가능하다. 그렇게 15분, 20분, 이렇게 늘려갈 수 있는 거다.



아이스크림은 왜, 결국 퍼먹었을까?


아이스크림을 한 입만 먹는 건, 애당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 먹어버리고 싹싹 핥아서 없앤 건 절대 내 잘못이 아니다./사진=일단은 기분 좋은 남형도 기자
아이스크림을 한 입만 먹는 건, 애당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 먹어버리고 싹싹 핥아서 없앤 건 절대 내 잘못이 아니다./사진=일단은 기분 좋은 남형도 기자
그렇다고 습관을 다 지킨 건 아녔다.

간식을 조금씩만 먹으려던 습관은 못 지켰다. 하루는 과자 두 개를 잘게 나눠서 먹었고, 또 다른 하루는 아이스크림 한 숟갈만 먹고 아내에게 양보했다(언빌리버블).

그러나 참았던 욕구는 결국 폭발했다. 7일 차가 되던 날, 냉동실에 있던 '아빠는 지구인(이름 바꿈)' 아이스크림을 꺼내어 다 해치우고, 뒤이어 '쿠키 앤 크림'까지 모조리 입안에서 녹게 했다. 한 숟갈의 제한을 푸는 순간, 내 심장이 비로소 뛰었다. 그렇다. 이것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방법인 거다. 그게 예의다. 난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 날, 나쁜 습관을 막지 못했다는 생각에 풀이 죽었다. 간식을 조금만 먹으려던 내 계획은 대체 왜 실패했을지, 궁금했다.



<쏙쏙 Advice,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 밥을 '한 숟갈'씩 덜었을 때 벌어진 일[남기자의 체헐리즘]
권총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나가는 걸 막을 수 없다. 그러니까, 그 '처음'에 해당하는 걸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만 떠먹은 건 자신을 시험한 거다. 그건 절대 안 된다. 먹어야 할 것이 아예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

'습관을 없앨 수 있다고 믿는 건, 인간의 오만한 생각'이라고 말한 심리학자가 있다. 없앨 수 없다면 다른 좋은 습관, 무해한 습관으로 덮어 씌우는 수밖에 없다. TV를 볼 때 뭘 자꾸 먹는다면, 그 손으로 뜨개질을 하는 거다. 저는 밤에 새우깡을 하도 먹어서, 아주 고급 종이로 된 책을 읽었다. 손에 뭘 묻히고 싶지 않아지니 진정이 됐다.



지금, 습관에 '진심'이어야 하는 이유


한줄짜리 편지도 색색이, 이렇게 쌓였다. 아내는 &quot;내일 무슨 쪽지가 있을지 기대된다&quot;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한줄짜리 편지도 색색이, 이렇게 쌓였다. 아내는 "내일 무슨 쪽지가 있을지 기대된다"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8일간의 체험이 끝났고, 대단히 크게 바뀐 건 없다.

소소하게 얻은 게 있다면, 많은 걸 바라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진 않게 됐다는 것. 그리고 반복해서 작게나마 해내면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이 생겼단 것. 결과보다 과정 자체에 집중하게 됐다는 것. 꾸준히 반복하면 어떤 습관이든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 것 정도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쌓아온 좋은 습관이, 나쁜 습관을 억제하는 힘이 됐다. 아내가 밤에 오징어 짬뽕 라면을 끓여 먹었을 때, 한 개만 끓여주고 난 먹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3개를 끓여 내가 2개는 해치웠을 거다. 결혼한 이후 처음 있었던 일이다. 망치고 싶지 않았다. 애써 쌓아놓은 것들을.
매일 밥을 '한 숟갈'씩 덜었을 때 벌어진 일[남기자의 체헐리즘]
나이가 들수록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인간이 언제까지나 의지나 노력만으로 갈 수 없어서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신체와 정신적 의지력은 거의 함께 간다"고 했다. 신체가 성장하는 스물, 서른까진 불굴의 투지로 할 수 있는 이유가 그래서다. 그런데 40대, 50대, 60대가 될수록 체력도, 의지력도 떨어진다. 남는 건 습관밖에 없다는 거다.

늙었다고 생각하면 못 만든다. 김 교수는 "강의할 때에도 '60살 되십니까', '70살 되십니까' 물어보면서 그들에게 '이제 반환점 도셨네요. 우리 130살까지 살잖아요'라고 말한다"고 했다. 지금부터 해도 갈 길이 너무 길다고,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거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우린 별수 없이 몸과 마음이 나이가 들고, 언제까지나 의지를 불태우긴 힘들고, 인생은 장기전이니까. 내 몸에 매일 정직하게 배어든 무언가는, 언제고 든든히 내 삶을 지탱해줄 테니까.
매일 밥을 '한 숟갈'씩 덜었을 때 벌어진 일[남기자의 체헐리즘]
에필로그(epilogue).

8일째 되던 날, 냉동실 문을 열었다. '웬 냉동 밥 한 그릇이 있네, 언제 남겨뒀지'라고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밥의 종류가 다 달랐다. 어떤 건 잡곡밥, 어떤 건 흰 쌀밥이었다. 그리고 모양이 동그랗게,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문득 기억이 났다. 내가 한 숟갈씩 덜어서 모아둔 거였다.

새삼 깨달았다. 많아 보이는 밥 한 그릇도, 실은 한 숟갈부터 시작해 모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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