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넘쳐' 한국 패싱하는 글로벌 선사들…HMM "손해봐도 부산항"

/사진=뉴시스.

코로나19와 물동량 급증으로 전 세계 항만 적체가 지속되면서 '한국패싱'으로 인한 중소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HMM 등 우리 국적선사들은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부산항에 배를 대는 상황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 항구에 들어서지 못하고 외항서 대기하는 선박은 40척을 넘어섰다. 선박의 90%가 배를 대기 위해 최소 7~8일 이상을 기다린다. 두 항구는 미국의 대아시아 무역의 핵심 거점으로, 미국 수입 물품의 3분의 1을 처리한다.


항만 적체는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졌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자 미국의 항구 인력이 부족해졌고, 결국 항구의 부분 폐쇄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내 수요가 증가하면서 물동량 자체가 늘었지만 이를 소화하는 시간은 여전히 느려 적체가 악화되고 있다.

적체가 운임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더 많은 해운사들이 미국에 비정기선을 보내는 상황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 기준 4502.65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0월 집계 이래 최고치로, 불과 1년 전만 해도 1320 수준이었다.

문제는 운임비 상승과 물동량 증가에 따라 글로벌 해운사들의 '한국패싱'도 악화한다는 점이다. 한국패싱은 중국 등에서 출발한 배들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미국 등으로 향하거나 한국 내 주문 자체를 받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물동량 증가로 중국 등에서 배에 짐을 가득 실을 수 있기에 부산항을 찾을 이유가 없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미국 운임비용은 부산~미국 운임비보다 20~30% 정도 비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선사들이 중국만 가도 배를 가득 채우니까 기름을 쓰고 굳이 비정기선을 한국에 보낼 필요가 없다"며 "정기선이 들어오더라도 이미 화물을 채웠기에 계약을 맺은 품목 외에는 실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한국패싱은 중소기업에 직격탄이다. 대기업들의 경우 대형선사와 정규 서비스 계약을 맺기에 운임비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보겠지만 수출 자체가 막히지는 않는다. 반면 중소기업은 정규 계약을 맺기 어렵기에 그때그때 발생하는 선박 내 빈자리를 따내는 스팟성 거래에 의존한다. 최근 빈자리가 없어 물리적으로 수출길이 줄어든 상황이다.

결국 중소기업들은 국적선사들의 선박에 의존하고 있다. 미주노선을 담당하는 양대 국적원양선사 HMM과 SM상선은 임시선박을 미주노선으로 보내며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한다. HMM은 지난달부터 미주 노선의 임시선박을 최소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는 등 총 39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해왔다. 오는 9월에도 선박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HMM 관계자는 "사실 이익을 내려면 한국보다는 운임비가 더 비싼 중국에 배를 되면 된다"며 "그러나 손해를 보더라도 국적선사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부산항에 배를 대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내에서는 보복 수요 등에 따른 물류 적체 현상이 적어도 오는 2022년 초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로 폐쇄됐던 중국 닝보항이 다시 개방되며 그동안 적체됐던 물량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성탄절, 중국의 중추절·국경절 등 전통적인 성수기를 앞두고 밀어내기 수요까지 더해져 당분간 초과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