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핀테크 "대환대출 플랫폼, 핀테크 위한 것이라더니"

금융위원회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플랫폼 선정 기준 초안이 알려지자 핀테크 업체들이 "빅테크만 뽑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업 추진 목적으로 '핀테크 성장'을 들었지만 실제 선정 기준이 빅테크에 유리해서다. 일각에선 애초 빅테크를 염두에 두고 사업 구조를 짰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 업체들은 플랫폼 운영 업체 선정 기준 항목이 빅테크를 위한 맞춤형 설계라고 의심한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결제원 주도로 출범시킨 대환대출 플랫폼 실무 협의체는 지난 1일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초안)으로 5개 항목을 마련했다. '사업 운영 역량', '소비자 보호 체계', '보안 수준', '수수료', '운영 계획' 등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특히 사업 운영 역량 항목을 문제 삼았다. 현재 심사 대상 업체는 카카오페이·토스·뱅크샐러드·핀다·핀크·페이코·팀윙크·마이뱅크·핀셋N·핀테크·핀마트·SK플래닛 등 총 12곳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 제휴사 수 측면에서 빅테크는 다른 핀테크 업체 모두를 합친 규모를 압도한다"고 말했다.

사업 운영 역량 중 IT 관련 사업 자격 부문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빅테크는 핀테크와 달리 사업 영역이 넓어 각종 IT 관련 사업 라이센스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미 빅테크가 과점하고 있어 핀테크들이 뛰어들 수 없는 사업 영역의 자격증도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 보호 체계와 보안 수준 항목의 경우도 사실상 기업 '덩치'를 보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핀테크들은 나름 소비자 민원에 대응하고 있지만, 소비자 민원 자체가 적어 인력 등 규모가 작다. 일부 핀테크는 선정 기준이 알려진 후 소비자 민원 부문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기준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보안 수준도 이용자 수가 많아 서버 등이 커질 수록 설비·인력이 늘어나는 구조라 빅테크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물론 업체 선정 과정은 과락 없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기준 점수는 60점, 5개 항목별 비중은 각 20% 수준으로 유사하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빅테크 기준의 60점은 다른 핀테크들에겐 너무 높은 기준"이라며 "실제 확정안이 어떻게 나오든 결국엔 '빅테크 통과'가 전제라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에선 애초 사업 자체가 군소 핀테크를 배제한 것이라고 본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금융위가 핀테크 성장을 촉진한다고 설명했고, 업계도 대출 관련 영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반겼다"며 "그런데 기준을 보니 군소 핀테크 업체에게는 희망만 준 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고 빅테크, 핀테크를 나눠 업체 수를 할당하는 방식 등을 검토해야 했다"고 했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전면 재검토'에 기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실무 협의체의 선정 기준 관련 논의도 일시 중단된 상태다. 금결원이 세부 내용을 가다듬고는 있지만 다음 실무 협의체 회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당국이 빅테크 독과점에 문제 의식을 갖고 칼을 빼 들었는데 혜택을 본 적도 없는 핀테크들은 '의문의 1패'를 당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