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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극단선택…"남 일 아냐" 전국 사장님들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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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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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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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가셔서 돈 걱정 없이 사세요."

서울 마포구의 한 사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한 주점 앞. 한때 3층짜리 규모의 가게가 손님으로 꽉 차기도 했다던 이 가게엔 14일 오전 적막만이 감돌았다. 문 앞에는 흰 색 꽃다발 세 개가 놓여 있었고 문에는 "편히 쉬세요"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가 붙었다. 가게 1층 내부에는 먼지 쌓인 테이블 10여개와 나무의자가 놓여 있었다.

23년간 호프집을 해온 A씨(57·여)가 사망한 채 경찰에 발견된 건 지난 7일 밤 11시쯤이다.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가 숨진 지하 1층 철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시신을 수습했다. A씨의 죽음을 두고 자영업자들이 들썩인다. 코로나19(COVID-19) 거리두기로 인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지하 1층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거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A씨는 장사가 안 돼 힘이 든다고 털어놓은 게 여러 번이다.



가게 앞 추모 꽃다발…여수에서도 극단 선택


A씨가 운영하던 호프집 가게 앞에 붙어 있는 추모 포스트잇 /사진=정세진 기자
A씨가 운영하던 호프집 가게 앞에 붙어 있는 추모 포스트잇 /사진=정세진 기자

A씨의 호프집은 원래 '인근에서 가장 장사 잘 되는 집'이었다. 주변 식당에서 6년간 일한 60대 직원은 "여기서 제일 장사가 잘 됐다"며 "홀 매니저와 주방에 따로 직원들도 두고 아르바이트생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사정은 반전됐다. 직원은 "4단계가 연장되면서부터는 주방에 사람도 내보내고 사장님이 직접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도 의견은 비슷했다. 이모씨는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손님으로 북적였으나 사태가 터진 이후에는 1층과 2층 정도로 영업장을 줄이고 문도 닫았다 열었다 했다"고 말했다. 한 동네 주민은 "사장님이 칵테일집, 양주집 등 여러 장사를 했었던 걸로 안다"며 "거리두기 전에는 장사가 정말 잘 되던 집"이라고 말했다.

A씨는 20여 년 전 마포에서 호프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장사가 잘 되면서 한때 가게를 네 개까지 운영하고 사업을 키웠다. 그러다 몇 년 전 정리하고 호프집 한 곳에 집중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고 매출이 크게 줄었고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주변 상인들 역시 A씨의 사망 때문인지 가라앉은 표정으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주점 앞을 방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왔다"며 "정부가 재난지원금에 대한 폭넓은 지원을 하기보다 실질적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두터운 지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죽음을 선택한 건 A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일 전남 여수에서도 치킨집을 운영하던 B씨가 '경제적으로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여수시청 인근에 위치한 B씨의 가게는 코로나 이전만 해도 대학생, 젊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자영업자들 "죽지 못해 산다"


호프집 출입문 앞에 놓인 추모 꽃다발들 /사진=정세진 기자
호프집 출입문 앞에 놓인 추모 꽃다발들 /사진=정세진 기자

두 자영업자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 공간에는 이들을 추모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자영업자들이 모여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치 내 일 같다",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비극은 계속 될 것" 등의 글들이 게재됐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을 '검정 리본'으로 바꿨다.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만난 자영업자들 역시 남 일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성동구 성수동에서 한식 뷔페집을 운영 중인 김양례씨(66)는 "뉴스를 보던 날 울었다"며 "어제도 10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이걸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딸이 엄마 장사 잘 되냐고 물어보면 잘하고 있다고만 말한다"고 했다.

성수동에서 30년 넘게 안경집을 해온 채인씨(63)는 "뉴스에 나오는 사례는 일부"라며 "우리도 매출이 반토막으로 떨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 전에 3000만원 정도였던 채씨 가게의 연매출은 코로나 이후 1500만원으로 추락했다. 채씨는 "있던 직원 둘도 내보냈다"고 상황을 전했다.

관악구 낙성대역 인근에서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이모씨(53)는 "원래 24시간 운영을 하던 가게라 타격이 크다"라며 "매출이 이전 대비 50% 수준"이라고 했다. 이씨는 5명이던 직원을 2명으로 줄이고 새벽부터 직접 나와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현장의 이야기를 귀기울여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관악구에서 남성 전문 미용실을 하고 있는 박모씨(35)는 "힘들 땐 배달까지 뛴 적도 있었다"며 "대출 등이 얽혀 있어 마이너스인 상황을 알면서도 자영업자들이 계속 장사를 하다 결국 견딜 수 없으니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 강화"…구조적 차원 대책 필요


비대위 카카오톡 채팅방에 검은 리본으로 프로필을 바꾼 자영업자들 /사진=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비대위 카카오톡 채팅방에 검은 리본으로 프로필을 바꾼 자영업자들 /사진=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이날 오전 소상공인연합회·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제한으로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 강화를 요구했다. 김기홍 비대위 공동대표는 "업종에 따라 사실상 집합금지와 다름없는 인원·영업 제한의 경우도 반드시 손실보상 범위에 포함시켜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손실보상 강화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유통학회장인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어디를 가도 공실률, 매출 감소가 뚜렷하다"며 "산업 구조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협업해 오프라인 매장들이 온라인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자영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한다"며 "전통시장이나 상점에 지원금을 부어도 소비자들이 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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