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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절 꺼내준 엄마가 말했어요…"우리, 평생 함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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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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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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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마리의 유기동물 이야기 - 세번째, 폴]처음 본 뒤 운명처럼 정해진 나의 가족…"호강시켜주고 싶어 데려왔지요"

[편집자주] 이제는 소중한 가족이 된, 유기견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 드립니다. 읽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가면 좋아지고, 그렇게 버려진 녀석들에게 좋은 가족이 생기길 바라며.
점잖고, 차분하고, 멋지고, 좋아하는 이에게 곧잘 다가가기도 하는 멋진 폴(PAUL). 6년간 유기견보호소에서 가족을 기다렸으나, 쉽지 않았다고 했다./사진= 폴 보호자님
점잖고, 차분하고, 멋지고, 좋아하는 이에게 곧잘 다가가기도 하는 멋진 폴(PAUL). 6년간 유기견보호소에서 가족을 기다렸으나, 쉽지 않았다고 했다./사진= 폴 보호자님
2013년,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진도믹스 강아지가 발견됐다. 털이 하얗고 수컷이었고 고작 1살로 보였고 다친 상태였다.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왼쪽 앞발의 발가락 2개가 없었다. 다행히 구조돼 경기도 파주에 있는 '행동하는동물사랑' 유기견 보호소로 갔다. 그곳에선 멍군이라고 불렸다.

녀석은 보호소 생활이 그리 길어질줄 몰랐다. 공고 기한인 2013년 7월 20일도 훌쩍 넘기고, 그러고도 자그마치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15kg의 대형견이라, 아무래도 입양이 더 쉽지 않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걸로 추정돼 앞발의 발가락 2개가 없는 폴. 한때는 이렇게나 말랐었다./사진=폴 보호자님
교통사고를 당한 걸로 추정돼 앞발의 발가락 2개가 없는 폴. 한때는 이렇게나 말랐었다./사진=폴 보호자님
하루 한 번 사료를 먹고, 흙먼지를 마시며 2000일이 넘는 시간을 버텼다. 흙바닥이 집이고 놀이터고 화장실이었다. 어떤 날은 펜스 사이 작은 틈으로 나가보겠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막히기 일쑤였다. 그나마 따스한 햇살에 누울 수 있는 날이 자그마한 위로였다.



운명처럼 보호자와 만났다


보호소에 깃든 따스한 햇살이 그나마 작은 위로였다./사진=폴 보호자님
보호소에 깃든 따스한 햇살이 그나마 작은 위로였다./사진=폴 보호자님
신려정씨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무척 좋아했다. 특히 개를 좋아했다. 가족으로 맞고 싶었지만, 늘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십 몇 년이 흘렀다.

그러다 운명처럼 SNS에서 멍군이의 입양 홍보글을 보게 됐다. 좋은 이가 한 달간 녀석을 임시보호해줬는데, 입양해달라며 올린 글을 마침 본 거였다. 신씨는 멍군이의 첫인상을 "굉장히 차분하고 젠틀하고 선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고 기억했다. 반하게 됐다. 그때부터 매일 멍군이를 생각했다. 심지어 꿈에도 나올 지경이었다.

'내가 멍군이를 호강시켜줘야지'란 생각을 했다. 입양하기로 맘 먹었다. 단지 귀여워서만은 아녔다. 외면 받은 존재에 대해 용기를 냈고, 그 마음이 멍군이에게 닿길 바랐고, 그렇게 삶을 바꾸고, 그로 인해 충만해질 마음을 생각했다. 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한 뒤, 신청서를 냈다. 그날 바로 멍군이가 임시로 머물고 있던 서울로 기차를 타고 가서, 녀석을 처음 만났다.



"폴, 이제 여기가 네 삶의 터전이야. 평생 함께 살자!"


폴이 집에 오기 전, 미리 가족을 소개하는 카드도 만들어뒀다./사진= 폴 보호자님
폴이 집에 오기 전, 미리 가족을 소개하는 카드도 만들어뒀다./사진= 폴 보호자님
그리고 2019년 3월, 마침내 멍군이의 입양이 결정됐다. 때는 초봄이라 공기가 선선했다. 신씨는 새학기를 맞은 새내기처럼 설렜단다. 미리 캔넬을 준비하고, 이름도 폴이라고 지었다. 녀석이 영국 신사 같은 느낌이어서였다. 이웃들에게 나눠줄 카드도 만들었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멍멍! 안녕하세요? 저는 폴이라고 해요. 6살이지만 이제서야 평생 엄마가 생겼답니다. 엄마 말 잘 듣고 안 짖을게요. 얌전히 있을게요. 눈인사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해 3월 16일, 폴은 마침내 신씨의 가족이 됐다.
집으로 오던 날, 켄넬에서 곤히 잠든 폴. 고생 많았어./사진=폴 보호자님
집으로 오던 날, 켄넬에서 곤히 잠든 폴. 고생 많았어./사진=폴 보호자님
그날 신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차에 켄넬을 싣고 갔다. 폴은 집에 오는 길, 처음 탄 차에서 여기저기를 응시했다. 그 눈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말 궁금했단다. 그리고는 켄넬에서 이내 곤히 잠들었다. 신씨는 '아, 한 생명을 내가 책임지게 됐구나' 싶어 무게감도 느끼고, 어떤 일이 펼쳐질까 싶어 흥분되고 즐거운 맘이 들었단다.
풀밭의 멋진 폴. 정말 신사 같다. 눈빛이 쏴라 있다./사진=폴 보호자님
풀밭의 멋진 폴. 정말 신사 같다. 눈빛이 쏴라 있다./사진=폴 보호자님
폴은 처음 집에 와 여기저기를 살펴봤다. 그런 녀석에게 신씨는 이리 말했다. "폴, 이제 여기가 네 삶의 터전이야. 우리 식구가 되어서 평생 함께 살자!" 하루 세 번 산책하고(날씨와 무관), 한 달에 한 번 맛난 밥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하고, 강아지 언어를 공부하고 있다. 바다도 처음 보여줬다. 폴은 귀를 쫑긋거리고 냄새도 맡으며, 푸르름이 가득한 공간을 바라봤다.
이렇게 예쁜 개였을 뿐인데, 그리 오랜 시간을 보호소에 있었다./사진=폴 보호자님
이렇게 예쁜 개였을 뿐인데, 그리 오랜 시간을 보호소에 있었다./사진=폴 보호자님
유기견을 위해 할 말이 있다고 했다.

"6살 성견을 입양했지만, 지금껏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어요. 폴은 지나가는 개와 점잖게 인사하고, 자신을 좋아하는 이에겐 먼저 다가가 인사합니다. 유기견은 상처 받고 버려진 개란 인식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원하는 품종이요? 보호소에 다 있습니다. 개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 문제에요. 유기견이 어떠하단 프레임이 깨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위해 작게나마 목소릴 내고 싶었습니다."
드넓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폴./사진=폴 보호자님
드넓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폴./사진=폴 보호자님
폴 보호자님 신려정씨와 폴의 다정한 한컷./사진=폴 보호자님
폴 보호자님 신려정씨와 폴의 다정한 한컷./사진=폴 보호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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