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원전 해킹에도...국내기관 "보안인력? 백신? 관심없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국가 핵심기관인 원자력발전소부터 방위산업체, 코로나19 백신 관련 의료기관 등이 사이버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공격이 코로나19 이후 기승을 부리지만, 보안 인력이나 백신 프로그램 설치 등 대비가 부족해 곳곳에 '보안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양정숙 무소속 의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한국수력원자력 인터넷 망을 겨냥한 외부 공격시도는 총 50건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공격시도(43건)를 넘어섰다. 전체 공격시도 중 비인가 프로그램으로 내부에 접근한 시도는 21건으로 최근 10년 간 가장 많았다. 전체 해킹시도 건수는 2012년(515건) 이후 꾸준히 줄어들다가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했다.

한수원을 겨냥한 인터넷망 해킹시도 현황./사진제공=양정숙 의원실

공격이 잇따르며 실제 핵심정보가 유출되는 사건도 잇따른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안보지원사령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까지 방산업체를 겨냥한 해킹은 총 14건이었다. 이 중 한 건이 지난 6월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 조직으로 알려진 '김수키'에 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해킹으로,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전투기 KF-21 설계도면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정보 등이 유출됐다. 심지어 지난해 발생한 해킹 사건 중엔 정확한 공격 방법조차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주요 기관들은 사이버 공격에 무방비 상태다. 양 의원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시설 등의 보안관리를 맡은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의 관련 인력은 14명에 불과하다. 이들 14명이 국내 원자력 시설 30기를 모두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의 경우 사이버 보안 인력 한 명이 담당하는 시설은 △일본 1기 △미국 1.6기 △프랑스 0.6기 △영국 1.1기 등이다. 반면 한국은 1인당 2.2기를 관리한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은 올해 총 16명의 보안 인력을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6명 중 1명은 퇴직했으며, 1명은 전산실에 배치하면서 담당 인원이 그대로인 상황이다. 양 의원은 "사실상 개선 의지가 없다"며 "보안시스템 강화를 위해 전문인력을 늘리는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민감정보를 다루는 의료기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백신관리 위탁시설 1만3320곳 중 랜섬웨어 예방프로그램을 설치한 곳은 6663곳(50%)에 불과했다. 랜섬웨어 예방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소속 진료정보침해대응센터가 코로나19 백신위탁 시설에 제공하는 것으로, 최근 급증한 의료기관 대상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지원했다. 그간 실제 설치된 프로그램에서는 잠복 중인 악성코드 총 2건과 세 건의 공격을 감지하는 성과도 있었다.

강 의원은 "백신위탁시설의 경우 많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정부는 모든 관련시설에 랜섬웨어 프로그램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