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서 비롯됐나'…국정감사 화두 된 '심석희'와 '쌍둥이'

이기홍 대한체육회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심석희 선수 관련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치에게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로 알려진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과거 평창올림픽에서 코치와 함께 선수들을 욕하고, 동료인 최민정을 방해하기 위해 고의충돌까지 한 가해자라는 의혹이 퍼지면서 체육계 부조리 문제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체육 관련 기관을 상대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와 함께 심석희를 키워드로 체육계 고질병에 대한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4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스포츠 체육시장 현안과 정책 방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올해 여론을 뜨겁게 달군 쌍둥이 자매가 일으킨 배구계 학폭 논란에 더해 최근 심석희 선수와 코치가 나눈 메시지가 공개되며 체육계 내부 자정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심석희 사건 대처는?이날 문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심석희 사건을 조명하며 피감기관을 몰아붙였다. 이날 오전 가장 먼저 질의를 시작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고의로 충돌하자란 말은 직접 없지만 '브래드버리 만들자'란 말이 나오는데, 사실상 고의충돌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짚으며 "당장 오는 15일 대한민국체육상 수상자이기도 한데,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고 물었다.


이기흥 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고의성을 가지고 그렇게 하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최민정 선수와 대면을 피하도록 선수촌을 퇴촌시켰고,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이 공동 조사하는 팀을 꾸려 국가대표 자격이나 수상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엘리트 체육 뇌관 터졌다

쇼트트랙 최민정(오른편)과 심석희(왼쪽)가 2018년 2월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이번 사건들이 만연한 엘리트 체육의식과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인성교육이나 사회화교육에 참여하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만 몰두해온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교육정책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교육지원청이 내년 중학교 체육특기자 배정원칙에서 학교 운동부를 우대하는 기준을 세워 논란이 일었다"며 "교육부에서 2018년 체육진흥기본교육 일환으로 운동하는 학생,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목표로 수립했는데 현장에선 여전히 공부를 뒷전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역행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스포츠클럽 활성화로 경기도에서만 5년 간 205개 학교 운동부가 해산하고 일반 스포츠클럽에서도 국가대표 선수가 나오는데, 서울교육청은 운동부로 활동하며 성적을 내고, 저학년부터 오래 활동해야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세웠다"며 "엘리트 선수 육성에만 몰입할 게 아니라 문체부, 대한체육회가 교육부와 협의해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학생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유병채 문체부 체육국장은 "체육특기자 학생들이 스포츠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교육당국과 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문제 일으켜도 문체부는 나몰라라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25) 쌍둥이 자매./사진=뉴스1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주무부처인 문체부나 체육계 대표기관인 대한체육회가 제대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가대표 선발 등의 권한이 종목별 연맹에 집중됐고, 문체부 등이 개입할 여지가 적어 논란을 일으키고도 버젓이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등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쌍둥이 학폭논란 당시 스포츠인권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했는데 문체부가 방역수칙 위반이나 폭력으로 문제를 일으킨 사례에 실질적인 노력을 안하고 있다"며 "대한체육회에서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등 선수 관리감독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유명무실지난해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탄생한 스포츠윤리센터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체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국내 체육단체, 운동경기부 등에서 발생한 징계정보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가 만연한 폭력, 인권침해를 없애겠단 취지로 만들었는데 월별 심의처리 건수가 올해 상반기까지 상당히 부진하다"며 "기관 예산이나 직원 규모, 처우도 열악해 체육계 문제 지속되는 상황에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심석희는 전날 소속사를 통해 "2018년 평창올림픽 기간에 있었던 미성숙한 태도와 언행으로 많은 분들에게 실망과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고의로 충돌해 승부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대해 최민정 측은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진상조사와 향후 대처방안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