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아니라 '테크핀' 시대...주목할 종목 4가지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제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가 아니라 '테크핀'(기술회사의 금융업 진출) 시대가 도래했다. 금융회사의 기술 분야 진출이 아니라 기술회사의 금융업 장악이 대두되면서다. 국내외 테크핀 업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유망 종목을 눈여겨 보라는 조언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테크핀업체 페이팔의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 앱인 '벤모'(Venmo)의 AAU(연간활성이용자수)는 69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즈의 계좌 수(6000만개)를 뛰어넘는 규모다. 테크핀 업체의 사용자 수가 기존 은행의 이용자 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테슬라 등 혁신 기업을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크자산운용은 "페이팔의 벤모와 스퀘어의 캐쉬앱은 JP모건이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일궈낸 기록을 불과 각각 10년, 7년 만에 이뤄냈다"며 "오는 2025년까지 미국 디지털 지갑 시장 규모는 8300억달러(약 98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는 '테크핀'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0년 금융업의 기술 분야 진출로 '핀테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면, 지금은 기술 업체가 금융업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헤게모니(주도권)가 금융업체에서 테크 업체로 옮겨가고 있다"며 "금융업체가 기술적 요소를 도입해 혁신을 이끄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테크업체가 기술 DNA(유전자)를 기반으로 금융업을 혁신해야할 때"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도 이를 증빙한다. 페이팔(3176억달러)의 시가총액은 씨티은행(1451억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다. 국내를 보더라도 올해 상반기 순이익 1159억원에 불과한 카카오뱅크 (24,650원 ▲250 +1.02%)(29조1236억원)의 시총은 같은 기간 2조원을 넘게 벌어들인 KB금융 (76,000원 ▲6,700 +9.67%)(23조773억원)을 제쳤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장외시장에서 최대 18조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60,000원 ▲3,400 +6.01%)(13조3157억원), 우리금융지주 (14,350원 ▲330 +2.35%)(8조955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빅테크 업체의 핀테크 산업 진출이 가속화되며 산업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2014년 애플은 애플페이를 출시한 데 이어 2019년에는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와 함께 애플카드를 출시했다. 페이스북도 2019년 11월 자사앱에서 사용 가능한 통합 결제 서비스인 페이스북 페이를 출시하며 핀테크 진출에 합류했다.

아마존은 빅테크 업체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인다. 2007년 아마존 페이를 시작으로 아마존 대출, 아마존 캐시 등을 선보이면서다. 구글은 2019년 11월 '캐시(Cache)'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구글페이에서 당좌예금 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며 독과점 금지, 개인정보 보호, 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 등 규제 논의도 불거졌다.

임 연구원은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계 내 사업 확장 시도는 지속될 것이며 대형 금융사와의 파트너십 체결, 중소 핀테크 기업에 대한 M&A(인수합병)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최근 강화된 규제 흐름으로 인해 무분별한 확장 움직임은 다소 주춤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빅테크 규제와 관련해 "핀테크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과 관련 스타트업에는 우호적인 환경"이라며 "더 많은 핀테크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고 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테크핀' 트렌드 속 유망한 글로벌 기업으로 페이팔홀딩스, 스퀘어, 마르케타, 소파이테크 등을 추천했다. 페이팔홀딩스는 지난해 기준 3억8000만개의 활성계좌를 지닌 글로벌 1위 디지털, 모바일 결제 플랫폼 기업이다. 스퀘어는 소상공인 대상 금융솔루션과 디지털 지갑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한다.

마르케타는 결제 인프라 소프트웨어 업체로, 핀테크 플랫폼 기업외에 JP모건, 비자 등 전통 금융기관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소파이테크는 P2P 금융 업체로 학자금 대출 서비스를 시작해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부터 투자자문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특히 핀테크 대장주인 페이팔은 저평가 매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임 연구원은 "내년 기준 PER(주가이익비율)은 46배로, 스퀘어(108배), 쇼피파이(215배) 등 경쟁사 대비 저평가 상태"라며 "기술주 투자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페이팔은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