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이 롤모델?" IPO 4수생 툴젠, 바이오 침체 속 1조 가치 강행

"일반적인 바이오가 아니라 원천기술 플랫폼으로 봐주세요."

수차례 코스닥 문턱을 넘지 못한 툴젠 (67,100원 ▼400 -0.59%)이 최대 1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책정하고 다시 한 번 IPO(기업공개)에 도전한다. 최근 주식시장의 바이오 업종 침체와 본격화된 공모시장 옥석가리기는 넘어야 할 난관이다.


툴젠은 유전자가위(유전자교정) 원천기술 플랫폼에서 발현되는 확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른 은행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 받는 것처럼 툴젠 역시 원천기술 플랫폼을 앞세워 다른 바이오와 차별화를 꾀한다는 목표다.

툴젠은 IPO를 위한 공모 일정 및 구조를 확정하고 연내 코스닥 이전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오는 25~26일 수요예측을 거쳐 다음달 2~3일 청약을 받는다.

툴젠은 1999년 설립된 유전자가위 기술 회사다. 코넥스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꼽힌다. 올해를 포함해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만 4번 청구했다. 앞선 3차례 청구에선 모두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올해 처음으로 상장심사 승인을 받았다.


3차례의 IPO 실패 뒤 대주주 지분율, 기술 소유권 문제, 상업화 가능성 등을 보완해 올해 상장 심사 문턱을 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툴젠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 제넥신 (7,280원 ▼70 -0.95%)이다. 지분율은 16.41%다.

툴젠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특허 수익을 추구할 뿐 아니라 치료제, 동식물 종자 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형질에 관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의 염기서열을 교정해 형질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툴젠은 특히 원천기술의 플랫폼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산업재산권(특허권 및 상표권) 235건을 보유하고 있다. 특허권 48건, 상표권 50건, 실용신안 2건은 등록을 완료했고, 135건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유전자가위 원천특허는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화가 가능해 국내외 바이오 기업이 관련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툴젠의 기술 특허가 빛을 발할 수 있단 설명이다.

실제 툴젠은 이미 다수의 국내외 기업에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기술이전해 기술료 수익을 얻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특허 수익화 사업 매출 규모는 약 5억5900만원이다. 향후 라이선스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4년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 외에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단독 및 공동 개발, 기능성 대두와 감자 등 종자 사업에서 2023~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툴젠은 2024년 추정 실적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최대 9863억원으로 책정했다. 희망공모가밴드 기준 공모 규모 1000억~1200억원의 대형 IPO 거래다. 코넥스 시장 현재가(11일 종가) 기준 툴젠 시가총액은 9066억원이다.

반면 올해 지속된 주식시장의 바이오 업종 투자심리 악화는 넘어야 할 과제다. 상장 바이오의 기업가치가 줄줄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툴젠의 공모 과정에서도 관련 영향이 일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IPO에 나선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공모 흥행에 실패한 사례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모 기업이라면 무작정 자금이 몰리는 공모주 대박 행진 현상도 최근 들어 사라졌다.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기술 경쟁력이나 성장성, 밸류에이션 등에서 매력이 없는 기업은 외면 당하는 추세다.

툴젠 관계자는 "기술특례 상장의 의무가 아닌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상장주관사가 자발적으로 부여하면서 투자 안전성을 높였다"며 "툴젠은 오랜 기간 코넥스에서 거래가 이뤄지며 시장 평가를 받은 기업으로 밸류에이션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유전자가위 원천특허 기반의 높은 확장성이 강점으로, 일반 은행과 다른 밸류에이션을 인정 받는 카뱅(카카오뱅크)처럼 툴젠 역시 일반 바이오와 차이가 있다"며 "원천특허에서 비롯되는 수익뿐 아니라 2022년부터 치료제 연구 성과도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