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의 '신한', 리딩금융그룹 승부수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본사에서 제20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다음 주로 예상되는 가운데 KB금융그룹과 같은 세대교체보다 '안정'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인사 수요가 적고 조용병 회장의 두번째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에 검증된 이들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다. 조회장은 M&A와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며 리딩뱅크를 향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9일 이사회를 열어 디지털 예산 2조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내년 경영계획 안건 등을 논의한다. 디지털 혁신과 전환을 위해 예년보다 2배 이상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이다. 다음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에선 계열사 CEO 인사도 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등 핵심 계열사 CEO 상당수가 작년 말 임기(2년)를 이미 연장했다. 올해 말 CEO 임기가 끝나는 곳은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자산운용, 제주은행 등 일부다. 인사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오히려 이보다 조 회장이 어떤 공격적 행보를 보일지가 관심사다. 채용 비리 연루 의혹으로 소송에서 최근 무죄를 선고를 받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스탠스는 '공세'보단 '수세'에 가까웠다. 1심 때는 매주 하루를 법정에 출석하느라 소모했고, 집행유예라는 부담을 안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해야 했다. 2017년 3월 취임 이래 3년 가까이 재판에 시달렸던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KB금융그룹과 엎치락뒤치락하며 리딩뱅크 경쟁을 하는 내공을 보여줬고, 이제 여기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KB금융과의 선두 다툼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해 연간 순이익 '4조 클럽' 달성을 나란히 앞두고 있다.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KB금융이 3조7722억원, 신한금융이 3조5594억원이다. 근소한 차이여서 언제든 뒤집고 뒤집힐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이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 적극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월 외국계 손해보험사인 BNP파리바카디프손보를 400억원에 샀다. 신탁사, 벤처캐피탈(VC) 등에 이어 손보사도 갖췄지만 KB금융보다 손보 부문은 아직 열세여서 포트폴리오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추가 M&A나 사업확장은 필수적이다.

금융권의 화두인 디지털 전환도 한 스텝 빨라진다. 슈퍼앱 전략의 일환으로 신한은행이 투입해 '신한SOL'을 전면개편하는 '뉴앱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게 한 사례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확장을 시도하는 KB 등 경쟁 금융그룹은 물론 디지털을 선점한 빅테크,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예산 2조원 투입도 같은 맥락이다.


수익성 다변화 전략에서 자본시장 비즈니스 확대도 도모한다. 조 회장은 투자은행(IB) 경쟁력 강화를 위해 취임 이후 글로벌투자은행(GIB) 사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이자이익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별화된 실적을 내려면 은행-카드-금융투자-캐피탈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 본업에 ESG를 내재화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조 회장은 국내 민간금융회사 CEO 중 유일하게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 초청받았다.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디지털과 자본시장 비즈니스 확대, ESG 등에서 가시화된 결과물을 만들어 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