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로 가격신호 줘야 탄소중립 대응 가능"

#"원가연계형 요금 도입은 긍정적이지만 국제 연료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유보 등으로 인해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원가연계형 요금제 정상 운영을 통한 가격기능 회복이 필요하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 달성과 글로벌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원가연계형 요금제와 전기요금 정책방향' 긴급토론회에서 "전기요금의 가격 신호 기능을 정상화시켜야 에너지효율 향상과 탄소중립 대응 여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올해부터 정부는 원가주의 원칙에 따라 연료비 증감에 따른 원가변동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전기요금 중 '기후환경요금'항목을 분리 부과해 친환경에너지 확대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토론회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1년을 맞아 전기요금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전기요금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는 박종배 건국대 교수 좌장으로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발제에 이어 김용건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봉걸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장),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 이서혜 E컨슈머 실장 등 전문가들이 토론에 나섰다.

정연제 연구위원은'원가연계형 전기요금 도입 1년, 평가와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연료비 연동제의 경우 매분기별로 연료비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도록 돼 있으나 분기별 조정범위 제한과 정부 유보조항으로 인해 연료비 급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평균적으로는 오히려 연동제 단가가 인하돼 운영됐다"며 연료비 연동제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연료비 연동제 개선 방안으로 △재량보다는 준칙에 기초한 유보가 될 수 있도록 정부 유보조항의 개선 △ 원가변동요인을 적시에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상하한 변동폭 확대 △적용 유보에 따른 전기요금 미수금 보전 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기후환경요금제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개선방안으로는 △ 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제도, 지역자원시설세 등으로 적용대상 확대 △현재 명확하지 않은 기후환경요금 단가 재산정이 주기적으로 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표현 △제도 취지에 맞는 비용정보 공개와 소비자 홍보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용건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유가는 상승하는데 연료비 요금 조정은 유보하고 전기요금을 억제함은 물론 유류세마저 인하하여 화석연료 과소비를 늘리는 정책은 탄소중립과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에 역행한다"면서 "가격은 경쟁적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될 수 있어야 하며, 정책적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하고 예측가능하고 투명한 방식으로만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전봉걸 교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을 통한 전기요금 현실화로 탄소중립 달성을 앞당기고 전력망과 신재생에너지 투자 여력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며 "기후환경비용은 앞으로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제 때 반영 못하면 에너지 효율향상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계속 누적되게 되기에 다양한 환경비용의 적기 요금 반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우식 부회장은 원가연계형 요금제의 정상 작동을 위해 '공공독중정'(공개하고, 공론화하고, 독립화하고, 중립화하고, 정상화하라)을 제안했다. 정 부회장은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발전원가와 연료비 변동가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론화를 통해 전기요금 조정 근거를 국민들에게 설명해 이해와 공감을 받아야 한다"며 "과도한 정무적 고려보다는 독립적인 국민의 뜻에 따라 요금 결정권을 되돌려주어야 하며, 규제심의기관의 중립화를 통해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탄소중립시대에 발맞추어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서혜 실장은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는 유가 하락시기에 도입 됐지만 그후 연료비가 오르면 요금이 오르고 연료비가 내리면 요금이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연료비 급등시 요금 인상에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며 "2021년 소비자 설문조사를 보면 전기요금 원가연동제제도를 알고 있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므로, 정부와 한전은 소비자에 대한 인식 전환, 교육 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연제 연구위원은 "현재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보다 급등한 상황에서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운영하는 해외 전력회사는 연료비 인상분을 반영해 올해만 스페인은 35.7%, 이탈리아는 14.4%, 일본은 14.6%의 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면서 "한국 역시 도매 전기요금인 계통한계가격(SMP)가 작년의 2배 이상으로 급등한 만큼 연료비 연동제의 분기별 조정 상한폭 등으로 반영하지 못한 원가 증가분은 적정 수준으로 적기에 요금에 추가 반영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원가연계형 요금제에 대한 토론에 이어, 탄소중립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전기요금 정책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참석자들은 순차적인 발언을 통해 △규제기관의 독립적 운영 △기후환경 비용 등 정보의 투명한 공개 △에너지 정책의 탈정치화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한 국민 인식제고와 공감대 형성 △소비자에 대한 다양한 요금 선택권 부여와 정보제공 확대 등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정연제 연구위원은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유도와 수요관리 효과 미흡을 해결하기 위하여 계시별 요금제를 확대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전압별 요금체계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봉걸 교수와 정우식 부회장, 이서혜 실장은 중장기적인 방향으로 전기요금 결정에 정치적인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가격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친환경을 추구하는 소비자 선택권이 강화될 수 있는 다양한 요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종배 교수는 "국내 전기요금은 지난 8년간 인상이 없었고 주택용은 독일의 31%, 일본의 40% 수준이며, 산업용은 일본의 58%, 영국의 64% 수준으로 낮은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환경, 신재생발전 등 외부비용이 해외에 비해 전기요금에 적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래 세대의 부담을 담보하는 낮은 요금정책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운 만큼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