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만의 파업' 3주째, 한국타이어에 무슨 일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본사/사진제공=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56,700원 ▲400 +0.71%)(한국타이어) 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사측은 급하게 공장 재가동을 위한 점검 작업에 나섰지만 생산을 재개해도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에는 지난 15일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직원 300여명이 출근해 공장 설비를 청소·점검하고 재가동를 위한 예열 작업에 나섰다.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은 지난달 24일 시작된 파업이 계속되면서 3주 가까이 멈춰있다. 사측은 59년 만의 첫 총파업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조 측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해왔다. 당시 사측은 비노조 직원 등을 동원해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지만 노조 측에 협조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생산이 장기간 중단되자 지난 14일 전 직원에 문자를 통해 협조를 구하고 급하게 가동 재개에 나섰다. 공장을 가동하더라도 당장 급한 수요만 가까스로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금산 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약 10만개로, 한국타이어 전체 생산량의 30~40%를 담당한다. 이는 5000여명의 공장 직원들이 근무했을 경우의 기준이다. 약 300여명의 비노조·기간제 직원들로는 공장의 일부 라인만 가동이 가능하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공급을 해야하는데 공장이 장기간 멈추면서 차질이 생겼다"며 "가동을 재개하더라도 평상시에 비해 극히 일부만 생산이 가능하지만 워낙 급한 상황이기에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3일 점검 기간을 거쳐 오는 17~18일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지난 15일 집회를 여는 등 즉각 반발에 나섰다. 노조 집행부는 같은날부터 공장에 나와 출근한 직원들이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도 급여일인 지난 10일 이후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의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이번 파업은 물론, 최근 시행한 부분파업이 임금에 반영돼 삭감되면서다. 실제로 지난 2일간 노조 소속 직원 일부는 공장에 출근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는 파업 장기화에 4분기에도 실적 반등을 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4분기 영업이익은 1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9.5% 줄어든 1808억원, 매출은 3% 감소한 1조8294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공급난을 시작으로 물류대란,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반덤핑 관세 등 '4중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상황만 악화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운임비·생산단가 급등으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내년부터 타이어가격 인상에 나설 방침이다. 여기에 생산까지 파업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4중고가 '5중고'가 된 셈이다.

실제로 파업 여파로 고객사인 완성차업계는 물론, 타이어 대리점에서도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아반떼·그랜저·산타페·소나타 등의 차종에 한국타이어를 사용 중인데, 이 중 한 차종에 대해 한국타이어 공급이 원활하게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당 차종에 대해 한국타이어 공급 우려가 있어 금호타이어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병행 사용 중인 제품이라 고객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던 타이어 공급난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들은 대체하는데 2~3년 정도 걸린다"며 "그러기에 완성차업계는 천재지변 등의 공급난 상황에 대비해 복수의 회사와 병행 계약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곳에서 공급이 어렵더라도 다른 곳에서 메울 수 있기 때문에 공급난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 노사는 지난 8월부터 임단협 협상을 벌여왔지만 임금 인상률 등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10.6% 인상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해운 운임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 환경이 어렵다고 맞서며 5% 인상과 성과급 500만원, 임금피크제 요율 상향 적용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