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에 사활 건 포스코·현대제철, 라이벌·타업종 다 손잡는다

철강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이 전자·시멘트 등 다양한 업계 회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느라 숨가쁜 한 해를 보냈다. 경쟁 관계인 라이벌 회사와 손잡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발등의 불'인 탄소중립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 두 회사가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은 산업 전체 배출량의 36.7%에 달한다. 지난 2018년 기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탄소배출량은 각각 7310만톤, 2250만톤이다. 철강사 전체 배출량(1억120만톤)의 상당수가 이들 두 회사로부터 나올 정도다.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탄소중립이 시대적 화두를 넘어 기업 생존의 필수 요건으로 부상했다. 배출량이 높은 철강업계가 예년보다 더 바빠진 이유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경쟁도 잠시 멈췄다. 양사 공동으로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원자재 물류운송 부분의 협력을 강화했으며, 대체원료 개발에도 힘을 보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 사 제철소가 위치한 전남 광양항과 충남 평택·당진항 구간의 연한해운 인프라를 공유하는 복화운송을 실시하고 있다. 복화운송이란 두 건 이상의 운송을 하나로 묶어 공유하는 방법이다. 물건을 하역하고 돌아가는 빈 배에 경쟁사 원료를 실어 보내는 방식으로 공선구간을 최소화해 불필요한 탄소배출을 막을 수 있다.

두 회사는 기존에 광양항과 평택·당진항 구간에서 각각 연 130만톤, 180만톤의 코일을 개별적으로 운송해왔다. 연안운송 협력을 개시한 뒤 각사 별 연간 3000톤 규모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현재 12만톤 규모의 운송공유가 이뤄지고 있지만, 추후 24만톤 이상의 복화운송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소결공정에 석회석 대신 패각을 활용하기로 했다. 소결공정은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하기에 알맞은 크기로 다듬는 공정이다. 이를 패각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함으로써 연간 40만톤 이상의 탄소 감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탄소배출뿐 아니라 어촌마을에 방치돼 골칫거리던 패각의 활용도를 높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타 산업군과의 협력에도 열심이다. 포스코는 시멘트 제조업체 쌍용C&E에 제철 부산물인 수재슬래그를 공급하기로 했다.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수재슬러그와 같은 제철부산물을 첨가하면 석회석 사용이 줄어들어 탄소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현대자동차·SK 등과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서밋'의 설립을 주도하는 등 전방위적인 탄소중립 노력을 펼치고 있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현대제철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침전물을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부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또 내년부터 소 배설물인 우분으로 고체연료를 만들어 고로 연료를 대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농협중앙회 등과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1톤의 우분이 고체연료로 재활용되면 4톤의 축산 폐기물이 재활용되는 효과를 일으켜 1.5톤의 온실가스 저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예년보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협력관계 구축이 활발했던 한해였지만, 단순히 올 한해의 노력으로만 봐선 안 된다"면서 "친환경 대체재를 실제 설비에 적용하기 위해 오랜 기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연구해 온 성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노력은 이미 오래전 시작됐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