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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감시 소홀이 빚은 K라면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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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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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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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1일 탈북민 김모씨가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갔을 때 감시카메라(CCTV)는 여러차례 월북 장면을 포착했다고 한다. 하지만 CCTV 감시병은 이 장면을 놓쳤고, 뒤늦게 출동한 병력은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루가 지나서야 열상감시장비를 통해 문제가 생겼다는 걸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신년사에서 정부의 주요성과로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갖춘 점을 손꼽았지만 '자화자찬'이란 야당의 비판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화 경계시스템 등 첨단 보안장비가 즐비하다 하더라도 감시병이 소홀하면 뚫리는게 국방이다.

최근 이와 비슷한 사건이 무역·통상 분야에서도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이 한국,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 들여오는 라면에 대해 인체발암물질(에틸렌옥사이드)이 없다는 검사 증명서를 첨부하라고 통보했는데, 뒤늦게 이 사실이 전해지면서 공해상에 떠 있는 컨테이너 물량이 폐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불닭볶음면으로 유럽시장을 한창 공략하고 있는 삼양라면부터 농심, 팔도 등 유럽에 씨앗을 뿌리고 있는 식품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시점을 따져보면 EU의 행정조치는 다소 무리했던게 사실이다. 통상 한달이 걸리는 해운 운송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6일부터 증명서 첨부를 의무화해서다. 이런 내용은 지난달 17일 EU 관보에 고시됐다. 기업이 이런 내용을 파악한 시점은 더 늦었다. 한 주 뒤인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공문이 전달돼 이후에서야 개별기업으로 전파됐다. 12월 마지막주에 전달받았다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기업으로선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EU의 조치가 갑작스레 나온게 아니라는 점에서 그동안 유럽의 동향 감시에 소홀했던 당국과 기업의 책임도 없지 않다. 유럽은 이미 2020년 9월 인도산 참깨에서 에틸렌옥사이드가 검출된 것을 계기로 식품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엄격한 수입통관절차를 진행해왔다. 이어 향신료, 말린야채 등으로 조사를 전방위로 확대했고 대규모 리콜 조치가 이뤄져왔다.

글로벌 기업도 유럽의 이런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6월에는 아이스크림, 시리얼, 제과, 유제품, 치즈, 육류가공품 등에 들어가는 식품첨가제에 대한 리콜 조치도 단행했는데, 리콜 명단에 네슬레의 아이스크림도 포함됐다. 우리기업 제품은 아니지만 한식에 대한 제재도 나왔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프랑스 냉동식품 전문판매점 피카드에서 파는 닭고기 잡채와 비빔밥은 인도산 참깨를 사용해 리콜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8월 유럽이 농심과 팔도 라면에서 에틸렌옥사이드가 검출됐다며 회수 조치를 단행한 것도 이런 흐름속에서 이뤄졌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유럽 제재명단에 오른 식품의 국내 수입업자에게 에틸렌옥사이드 미오염 증명서를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 수입품에 대한 방어조치를 취하면서 '역지사지'의 준비성은 없었다는 점에서다. 무역에서 수출국 동향파악은 감시병의 역할과 다르지 않다. 감시병의 역할이 소홀하면 전체가 흔들리게 마련이다. K푸드의 글로벌화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이유다.


[우보세]감시 소홀이 빚은 K라면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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