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3사 이틀새 7조원 증발, 전문가들 "당국 오해" 지적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18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인류의 건강과 헬스케어 산업-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불러온 변화'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람중심, 바이오경제'를 주제로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콘퍼런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을 미래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육성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자 마련했다. 2018.6.27/뉴스1

국내 대표 바이오 종목으로 자리매김한 셀트리온 (177,400원 0.00%)과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 셀트리온제약 (90,600원 ▼100 -0.11%) 등 셀트리온 3개사의 회계분식 여부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이 1분기 중 나올 전망이다.

17일 오후 1시25분 현재 셀트리온은 전일 대비 4.97%,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66%, 셀트리온제약은 6.45% 각각 하락했다. 이들 3개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지난 14일 셀트리온 3개사의 분식회계 관련 당국 조치가 예정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직전일(13일) 43조3395억원에서 현재 36조원으로 약 7조3000억원 이상 빠진 상태다.


이같은 약세는 금융당국이 셀트리온 3개사의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결론을 곧 낸다는 한 매체의 보도 때문에 본격화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는 오는 3월중 셀트리온 3개사의 고의분식 의혹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앞서 셀트리온 분식 징계안이 이번 주(17일~21일) 중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될 것이라고 한 것과는 다소 시차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앞서 셀트리온 3사의 2010~2020년 기간의 재무제표 감리 후 대상 3개 회사에서 고의에 의한 재고자산 과대계상(손실 일부 미반영)이 있었다는 내용의 감리 결과를 금융위에 보고했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그룹 내 해외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국내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제약 등이 매입해 보관하는 과정에서 재고자산 손상을 일부 미반영하는 방식으로 재고자산 및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결국 문제는 과연 셀트리온 3사에서 이같은 분식이 자행됐는지 여부다. 셀트리온 3사를 둘러싼 이같은 논쟁은 벌써 2008년 셀트리온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할 당시부터 불거졌던, 소위 '해묵은' 이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수없이 이슈화된데다 과거 다른 사정기관에서도 조사나 감리 등을 통해 설명이 된 사안인데 금융당국이 다시 들여다보면서 시장의 관심사로 재부상했다.

금융당국은 셀트리온 3사 사이에서의 제품 생산 및 매입·판매 과정에서 손상처리해야 할 재고자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재고자산 및 기업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다고 보고 징계 수위를 논의 중이다.

논란의 핵심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을 전후한 시점에 분식회계가 자행됐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셀트리온 및 셀트리온제약이 가담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당국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평가손실을 제대로 인식·반영할 경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017년 7월 상장이 불가능했고 △2017년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이 불발될 경우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가 임박했을 것이라며 셀트리온 3개사가 고의 분식을 자행할 만한 동기가 충분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효기간이 경과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판매불가능한 상태임에도 이를 판매한 점 △유효기간 확인·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판매후 정산 부채를 의도적으로 은폐한 점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업계나 학계 전문가들은 당국의 무리수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문제삼고 있는 부분들은 오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평가손실 인식·반영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당기순손실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는 판단에 대해서는 이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예상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일 경우에 적용되는 대형법인 특례상장 요건에 해당했기 때문에 상장 자체만을 위해 무리하게 분식을 자행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 우려도 과도하게 판단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이들 기관투자자들은 2017년이 아닌 2018년에 상장했다더라도 풋옵션을 행사할 의도가 없다는 확인서를 회사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감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자료가 감사인에 제출된 데다 상장예심 당시 청구자료에 기재된 오류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는 점도 이미 확인했다고 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상장을 위해 무리한 회계처리를 했었어야 할 동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유효성에 대한 부분 역시 주요 수출지역인 EU(유럽연합)과 미국의 규제당국의 공문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거친 부분임에도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판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재고자산의 유효기간은 안정성을 증명하면 얼마든지 연장 가능할 뿐 아니라, 헬스케어의 재고는 90프로 이상 수출되기 때문에 국내 유효기간을 경과했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계상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판매 후 정산필요 관련 부채의 경우도 회계기준서상 부채인식요건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기재한 것일 뿐 분식 의도에 따른 게 아니라는 주장에 좀 더 힘이 실린다.

이 때문에 학계 등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무리한 조치가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의 명성에 흠집을 낸 데다 주가하락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살 여지도 있다고 본다.

한편 셀트리온 측은 이같은 전문가들의 지적 및 감리 관련 사실관계에 대해 "감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 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