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도 영유아 검진처럼 '제도화' 시급"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3만 명의 소아가 성조숙증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특히 여아가 월등히 많다. 5~14세 여아 인구 약 100만 명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10명 중 1명 이상이 성조숙증 의심군이다. 이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수준이다. 우리나라 성조숙증 증가율은 수년간 세계 1위이며 증가 속도는 다른 나라 평균의 5배를 웃돈다.

김정하 미래를보다 대표/사진제공=미래를보다

하지만 정부는 십수 년째 성조숙증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만 되뇌고 있을 뿐이다. 제도적 차원의 대처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특히 가임기 건강과 직결되는 성조숙증 조기 진단과 치료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심평원의 통계에 따르면 난임 환자 수는 2019년 기준 23만여 명으로 최근 3년간 평균 5%가량 증가했다. 더는 사후 약방문인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드시 예방을 병행해야 한다.


우선 성조숙증을 단순히 '사춘기가 빨라진 현상'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의식을 바꿔야 한다. 성조숙증은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병이다. 이른 나이에 성호르몬에 노출되면 자궁암이나 유방암 같은 생식기 질환이 조기 발병할 수 있다. 생리통·생리불순과 함께 조기 폐경이 올 수 있고, 이는 가임기의 단축을 가져온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정신연령과 신체연령 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심리 불안, 이른 성 노출과 임신 문제 등에 노출된다.

특히 현행 건강보험법을 정비해야 한다. 지금의 구조에선 검사 결과 '다행히' 성조숙증이 아니면 검사비가 오롯이 자부담이 된다. 치료비는 심평원이 고시한 기준에 맞는 경우에만 급여 적용된다. 진단과 치료를 위한 1차 검사는 피검사나 방사선검사 정도이지만 의심 증상에 따라 자궁초음파 또는 뇌 MRI 등이 추가되면 자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성조숙증 증상은 대체로 모호하다. 이 때문에 보호자들은 아이가 걱정돼도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기보다 인터넷카페 등을 전전하며 유경험자들에게 검사비 정보를 귀동냥한다. 또 여아는 만 9세 이전, 남아는 만 10세 이전에 진단받은 경우에만 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에 단 며칠만 늦어도 치료비는 모두 개인 부담이 된다. 심평원 측은 급여 적용 심사가 까다로운 이유에 대해 '단순히 작은 키를 키우기 위한 무분별한 검사와 투약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성조숙증 치료제 투여로 키 성장이 더뎌질 경우 성장을 촉진하는 성장호르몬 주사제 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또한 양육자들이 치료를 망설이는 부분이다.

개인 보험은 어떨까. 지난 2016년 1월부터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약관을 개정해 '진성 성조숙증 치료'를 보상한다고 명시했다. 쉽게 말해 건강보험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매월 치료비가 수십만 원씩 청구되면 손해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즉 현재 급여 정책은 성조숙증 진단과 예방, 치료 책임이 상당 부분 개인에게 맡겨져 있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기 쉬운 구조다.


따라서 성조숙증 문제 해법은 결국 보편적 의료복지에서 찾아야 한다. 영유아 검사나 예방접종 무상 지원처럼 초등학교 입학 전후 정기적으로 성조숙증 검사를 받도록 제도로 의무화하고 양육자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치료의 핵심은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성조숙증 진단과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치료 효과가 좋다고 말한다. 초경 나이와 성조숙증 발병 시기가 점점 어려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1차 성징과 함께 시작하는 영유아 검진이 인구 정책의 첫 단추라면 2차 성징에 대비하는 성조숙증 검사는 두 번째 단추이다. 정부가 절체절명의 위기의식과 행동으로 단추를 끝까지 잘 끼울 수 있길 바란다.

김정하 (주)미래를보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