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튀에 금감원 칼 뽑았다…정은보 "스톡옵션 개선 검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핀테크 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핀테크 업계와 만나 핀테크 기업의 코스닥 시장 이전 상장 요건 완화, 청년창업지원펀드 등을 논의했다. /사진=뉴스1

카카오 임원의 '주식 먹튀(먹고 튀기)'에 금융당국이 스톡옵션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카카오 경영진의 연이은 스톡옵션 행사와 주식 매도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서 투자자 보호 문제까지로 번지자 칼을 빼든 것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핀테크 업계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페이 경영진에 의한 스톡옵션과 관련해서는 제도 개선의 문제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개인투자자 보호가 전제되면서 스톡옵션 제도가 운용돼야 하지 않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필요한 제도 개선 분야에 대해서는 저희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통제 문제가 아닌 전체 스톡옵션 제도 개선의 틀에서 문제를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앞서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와 경영진이 카카오페이 상장 뒤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있었다. 그는 다른 임원들과 함께 지난달 10일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시간외 매매)로 매도했다.

지난달 9일 20만8500원이었던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류 대표의 주식 매도 소식이 알려지자 3거래일간 14% 떨어졌다. 카카오 내 주식 먹튀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카카오페이증권 직원들이 대거 퇴사하는 과정에서 우리사주를 처분해 문제가 됐고,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지난해 4분기 스톡옵션 일부를 '차액보상형'으로 행사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정 원장은 이날 핀테크 대표들을 만나 "핀테크 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핀테크 서비스의 다양성과 혁신성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며 "편리한 간편결제 서비스의 이용이 증가하는 중에 지난해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한 것은 뼈아픈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또 "금융에서 규제를 하는 이유는 결국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소비자에 대한 보호가 가장 큰 두 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소비자 보호와 관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창의적인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창업(start-up)-성장(scale-up)-성숙' 생태계를 구축으로 핀테크 환경을 도울 예정이다. 특히 금융사의 핀테크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핀테크 육성 지원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투자손실이 발생해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금융사 임직원에 면책을 주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정 원장은 "산업은행, 성장금융 및 디캠프 공동으로 '청년창업지원펀드'를 신규조성할 계획"이라며 "'핀테크 육성 지원법'의 제정을 추진해 핀테크 기업 인수에 걸림돌이 되는 출자대상 제한과 승인절차 등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