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보험 한 곳서 판매…'원스톱 금융플랫폼' 나오나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구매할 수 있는 방안을 금융당국이 검토한다. 금융업권별로 나눠진 중개업무 규제를 하나로 묶는 방안이다. 일본에서 지난해 말부터 시행 중인 '금융서비스중개업'이 주요 모델로 꼽힌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플랫폼 규제를 놓고,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시행된 '금융서비스중개업' 사례를 연구 중이다. 일본 금융서비스중개업은 보험연구원 등이 금융당국에 플랫폼 기업 규제 방식으로 제안한 사례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일본에서는 단일 금융서비스중개업자가 사업면허를 취득하면 은행, 증권, 보험 등의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서비스한다. 하나의 사이트 혹은 애플리케이션에서 △은행 예금과 대출 △주식 거래 △개인 연금보험 등에 가입할 수 있다. '금융판 아마존' 같은 금융플랫폼인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 증권, 보험 등을 한 번에 상담을 받아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는 업권별로 중개업 허가를 받거나 등록해 개별적으로 운영됐다. 특정 금융사에 중개업자가 소속돼 있어야 했다.

금융서비스중개업은 서비스 편의성 향상과 함께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효용이 있다. 빅테크와 핀테크의 등장으로 금융상품 제조와 판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플랫폼에 대한 규제 공백이 나타났다. 중개(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제조사인 위탁금융사가 배상책임을 져야 했다.


일본은 중개업자가 여러 금융상품을 중개할 수 있는 대신 취급상품을 제한하고, 보증금 공탁 등의 의무도 부과한다. 고도의 전문적 설명이 필요한 투자성 예금, 카드대출, 비상장주식 거래, 보험금액이 1000만엔(약 1억원)을 초과하는 생명보험 등은 중개업자가 제공할 수 없다.

특정 금융사에 중개업자가 소속되는 관계가 사라지면서 소비자 피해는 금융서비스 중개업자가 직접적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손해배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증금 공탁이 의무화됐고, 업권별로 지정된 분쟁해결기관과 업무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보제공·고객정보 보호 의무와 고객자산 예탁 금지 등의 영업행위가 규제된다.
금감원장 "금융중개 관련 일반적 규율체계 검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플랫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재 한국에서도 금융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업권별 영업규제 방식에서 기능별 규제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설계사, 신용카드모집인, 투자권유대행인, 대출모집인 등 각각의 업권별로 규제가 적용된 것을 제조, 중개 등 기능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의 규제 체계에선 한번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스톱 금융플랫폼 도입이 쉽지 않고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불완전 판매 우려도 크다. 이미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빅테크의 금융상품 비교·견적 서비스를 중개로 볼 것인지, 광고로 볼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빅테크와 핀테크가 등장하면서 금융상품 중개·대리 판매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일기능-동일규제 측면에서 새로운 판매 채널과 방식을 수용하면서 금융사가 테크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중개를 일반적으로 규율하는 체계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다만 금융상품을 만드는 회사는 금융사인 만큼 (사업)범위를 넓히느냐 하는 문제도 다 포함해서 함께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