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캔1만원' 맥주가 낙인데…"맥줏값 오를 일만 남았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맥주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소비자 물가 인상 흐름 속에 국내 라거 맥주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오는 4월부터 물가 상승률과 연동해 주세가 오르는 데다 알루미늄, 맥아 등 원자재와 물류비 등이 오른 영향 때문이다. 맥주업계는 2016년 이후 5년여간 사실상 가격을 동결해왔는데 코로나19(COVID-19)로 매출까지 줄고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수입맥주와 수제맥주도 4캔에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순차적으로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류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 주세가 1리터(ℓ)당 834.4원에서 855.2원으로 전년 대비 20.8원(2.49%) 오르게 된다. 맥주 세율을 물가 상승률과 연동해 책정하는 정부 정책 영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2011년(4.0%) 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 세금이 오르면 맥주 판매가격도 오른다. 지난해 4월에도 주세가 오르자 맥주 점유율 1위사인 오비맥주는 세금 인상분을 반영해 맥주 '카스프레시' '카스라이트' '오비라거' '카프리' 등 330㎖ 병과 생맥주(케그 20ℓ), 페트 1·1.6ℓ 가격을 1.36% 올렸다. 하이트진로 (20,300원 ▼100 -0.49%)도 지난해 5월 '하이트맥주' '테라' 등 맥주 제품의 330㎖ 병 제품과 페트병, 생맥주 등 가격을 1.36% 올렸다.


당시 맥주회사들은 세금 인상분만큼만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사실상 가격을 동결했다고 보고 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 조정 때 세금 인상분만 반영했고 캔맥주 등 가격은 동결했기 때문에 사실상 2016년 가격 인상 이후 5년여간 가격 조정을 하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2016년 11월 오비맥주가 맥주 가격을 올렸고 한 달 뒤인 2016년 12월 하이트진로가 맥주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이에 맥주업계는 그동안 누적된 원자재가 인상과 세금 상승분 등이 더해져 올해 가격 인상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세가 2.49% 오르는 데다 최근 알루미늄, 맥아 등 가격이 급등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코로나19로 유흥시장이 타격을 입으며 실적도 악화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맥주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실제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7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알루미늄 현물 가격은 톤당 3107달러(약 375만원)로 1년 전보다 55% 올랐다. 또 제주맥주에 따르면 맥주 제조에 사용하는 수입맥아 가격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26원으로 전년 대비 3.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입 홉 1㎏당 가격은 2만5530원으로 7.7% 올랐다. 올해 맥아 등 가격이 더 올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맥주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부진했다. 하이트진로의 연결 기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6579억75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04억1200만원으로 19.6% 감소했다.

한편 수입맥주와 수제맥주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부터 하이네켄, 에델바이스, 버드와이저, 호가든, 스텔라 아르투아, 블랑1664, 산미겔 등 수입맥주의 편의점 행사 가격이 4캔에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올랐다. 다음달부터 칭따오와 제주맥주 행사 가격도 4캔에 1만100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