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적자→7조 흑자' 대반전…고유가 올라탄 정유 4사 웃었다

S-OIL 울산공장 전경

S-OIL(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가 지난해 총 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유4사가 합산 영업이익 7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정유4사는 2020년 총 5조원대의 적자에서 1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 4사의 영업이익 합산은 총 7조233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각각 2조3064억원, 1조1424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2조189억원과 1조76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정유4사 영업이익 합산은 2017년 7조7226억원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정유4사는 2020년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5조1804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수요 회복과 유가 및 정제마진 상승에 힘입어 1년 만에 회복에 성공했다.

지난해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은 유가 상승에 따른 제품 판매단가 상승과 석유제품 수요 회복의 영향 덕분이다. 석유수요 회복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과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은 영업이익 개선을 이끌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마이너스까지 갔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해 7월 말부터 배럴 당 3달러로 회복하기 시작해 지난해 9월 손익분기점인 배럴 당 4달러를 넘었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올라 현재는 배럴 당 7.7달러 수준이다. 휘발유와 경유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제마진 상승을 견인했다. 겨울철 난방 등에 쓰이는 등유 마진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정유업계는 올해에도 정제마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제품 재고수준이 과거 수년 내 최저인 가운데 설비증설 규모를 초과하는 수요성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11월에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등·경유에 대체 수요가 생기면서 재고가 줄었을 것"이라며 "항공유 수요도 올해 말까지 적어도 2019년 수준의 85% 이상의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유제품 수출량이 많은 중국의 수출 쿼터 제한도 정제마진 상승을 이끌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1차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전년 동기 대비 56%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올해 총 수출쿼터 20~40% 감축하는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석유제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유가도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는 이달 초 배럴 당 90달러를 넘었다. 연내 배럴 당 100달러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기타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1월에 이어 이달에도 증산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기존 증산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OPEC+는 지난해 말 1분기 원유 공급 초과 규모를 배럴 당 190만 배럴로 예상했지만, 이달 140만 배럴로 하향 전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위기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정유사로썬 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실적에 좋다. 저렴하게 싼 원유 재고의 가치가 높아지면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정유4사는 높은 수익을 바탕으로 친환경 신사업과 석유화학 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사업 전환을 꾀한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설비를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아울러 수소 사업, 바이오연료 사업, 재생 플라스틱 등 친환경 신사업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에쓰오일 최근 사우디 아람코와 플라스틱폐기물 재활용, 수소·암모니아 사업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연료, 친환경소재, 수소를 3대 미래 사업으로 꼽고 적극 투자한다. 현재 대산 단지에 내년 상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바이오디젤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폐유 등을 처리하고, 저가 원료와 메탄올을 합성해 바이오 디젤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과 블루수소 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GS칼텍스도 전기차 충전소,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복합수지 생산, 바이오 연료 등 친환경 사업 확장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에 4조원을 투입하고, 전지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는 1조원을 집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