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예산 삭감에도 벤처펀드 출자액 2배 늘어난 비결은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지난해 말 정부는 중소기업벤처부의 모태펀드 출자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VC(벤처캐피탈)업계는 '제2의 벤처붐'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간 벤처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출자예산 삭감으로 벤처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예산 삭감에도 올해 모태펀드 출자금은 오히려 늘었다. 올해 모태펀드 2차 출자사업에서 중기부의 출자금은 지난해 3055억원에서 올해 6528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1, 2차 모태펀드 출자금을 더해도 3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어떻게 이렇게 늘었을까.
뿌린만큼 거둔 회수금액…선순환으로 연결 중기부는 지난 21일 '모태펀드 2022년 2차 정시 출자'를 공고했다. 공고에 따르면 중기부는 올해 총 14개 분야에 6528억원을 출자해 1조564억원의 모태펀드를 조성한다. 지난해 모태펀드 2차 출자 당시(3055억원)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1, 2차 출자규모를 합치면 1조828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73억원 가량 늘었다.


모태펀드 출자사업 발표를 앞두고 VC업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크게 줄어든 모태펀드 출자예산 때문이다. 올해 중기부의 모태펀드 출자예산은 2021년 7200억원에서 5200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기부의 출자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회수재원 덕분이다. 모태펀드 1차 출자에 4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중기부는 2차에서 남은 900억원의 예산과 함께 회수재원 5600억원을 투입해 6500억원 규모의 출자금을 조성했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매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회수재원의 재투자 규모 등을 논의한다.

양승욱 중기부 벤처투자과장은 "회수재원을 재투입해 벤처펀드를 활성화하고, 벤처기업들이 성장하도록 선순환시키는 게 모태펀드의 목적"이라며 "2010년대 중반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던 펀드들의 회수시기가 돌아오면서 회수재원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2021년 IPO 대박…모태 출자펀드 수익배수 3.7배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전체 모태펀드가 출자한 벤처펀드(모태 출자펀드) 회수금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7년 1조5114억원이었던 모태 출자펀드 회수금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3조1118억원(원금 8385억원, 수익 2조27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회수금까지 더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태 출자펀드의 투자 원금 대비 수익금을 뜻하는 회수 수익배수도 크게 높아졌다. 2018년 2.6배, 2019년 2배, 2020년 2.4배로 2배 수준에 머물렀던 수익배수는 지난해 3.7배를 기록했다.

지난해 IPO(기업공개) 시장 흥행과 맞물려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수익배수가 크게 높아진 것.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자펀드가 수익을 실현하면 모태펀드의 자펀드(벤처펀드) 지분만큼 수익이 돌아온다"며 "지난해 IPO 흥행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모태 출자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 상장한 기업은 39개이다. 2020년 연간 기준 상장기업 수(41개)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2021년에는 크래프톤 (253,000원 ▼5,000 -1.94%)과 에스디바이오센서 (10,700원 ▼20 -0.19%) 등 수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기록한 굵직한 IPO가 이어졌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VC마다 자금 회수 시기도 다르고, 업황도 빠르게 변하고 있어 미래 회수재원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긴 어렵다"면서도 "모태펀드 투자규모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파이가 커진 만큼 회수재원도 그만큼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