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보수 표밭 TK 공략 키워드 …'통합'·'박정희'·'고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경북 구미시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미래 산업 전초기지 구미의 재도약, 앞으로! 제대로!' 구미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을 방문해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구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렸고 자신의 고향인 안동에서는 큰절을 올리며 민심에 호소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맹공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28일 오전 포항을 시작으로 경주, 대구, 구미, 안동, 영주 등 6곳의 유세 일정을 돌며 TK 민심 공략에 나섰다.
이재명 "안철수 꿈, 심상정 소망…통합정부 이루자" 이 후보는 전날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언급하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통합 정부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강조하며 "이재명의 주장이고 안철수의 꿈, 심상정의 소망사항을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구조적으로 제3의 선택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둘이서 잘하기 경쟁을 할 것"이라며 "통합의 정치, 제3의 선택 가능한 진짜 정치교체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대구 유세에서도 "안철수 후보도 새정치란 이름으로 원했고 심상정 후보도 소수 정의당 이름으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며 두 후보를 거론했다. 이어 "이제 각자가 국민에 인정받는 만큼 정치적 몫을 갖고 정부 경영에 연합정부, 통합정부 일원으로 참여해 각자 특장점 있는 부분을 맡아 실력을 발휘해보는 새로운 정치와 정치교체가 확인되는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윤 후보의 정권교체론에 정치교체로 맞서기 위한 것으로 4자 후보 구도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윤 후보를 고립시키는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전날 민주당은 '국민통합' 정부 실현을 위한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의결하고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비롯한 국민통합 정부 실천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 개혁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 및 결선투표제 도입 등 국민통합 개헌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재명 "박정희와 강력한 추진력 닮아"이 후보는 TK 지역이 보수색이 강하다는 점을 의식한 듯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자신의 공통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구미역 광장 유세에서 "여기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맞느냐"며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100% 어느 한 쪽으로만 평가될 수 없는 것처럼 박 전 대통령이 만든 산업화의 공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또 "박정희 하면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며 "강력한 추진력, 한다면 한다"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닮은 사람 있어 보이지 않나"라며 자신의 구호인 '이재명은 합니다'를 선창했다. 이 후보는 재차 "비슷하지 않나"라고 물으며 "저도 한다면 하는, 약속한 건 지키는 강력한 실행력을 제 장점이라 생각한다"고 내세웠다.

이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안동을 언급하며 "안동에서 교육은 받고 안동서 살았지만 취업을 위해 구미로 온 분들도 많은데 구미 경제가 과거와 좀 달라진 것 같다"며 "혁신도시 시작은 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 못 되고 있는데 앞으로 지방분권, 균형발전 하고 구미가 경북 북서부 지역 중심으로 확실히 성장 발전하도록 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앞서 대구 지역 유세 현장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은 채 우회적으로 "저는 공과는 정확히 평가하자고 생각한다. 우리 산업화의 공(功)은 인정해 주고 다만 민주주의에 대해 심각한 훼손을 가져온 것은 과(過)"라며 "객관적으로 하나의 역사일 뿐이다. 그 속에서 좋은 점 추려내고 나쁜 점 골라내고 부족한 점 보완하는 게 발전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에서 열린 ‘역사를 담은 경주에서 미래를 연다’ 경주 유세에서 자전거 유세차를 타고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尹 겨냥 "빌릴 머리라도 있어야…주가조작 ·식구봐주기" 맹공 각종 여론조사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윤 후보를 향한 공세도 이어갔다. 이 후보는 포항 유세에서 윤 후보를 겨냥 "국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모르는 게 자랑이 아니다"며 "머리를 빌려도 빌릴 머리라도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구 유세에선 이에 더해 "머리가 좋은 것을 주가조작하고, 자기 식구 봐주는 데 쓰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고 "누구 얘기하는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 다른 분은 저를 비난하던데 저는 비난 안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TV토론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말해 논란이 된 것을 의식한 듯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대구 유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안타깝다. 우리도 침략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폭압적으로 욕구를 관철하는 시대는 갔다. 빨리 철군하고 협상하라. 러시아는 고립될 것이고, 우리도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를 확실히 참여해서 세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서 '큰절' 올리며 고향 강조…"육사 이전 공약에 혼 많이 나" 이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안동을 찾아 "안동이 길러주신 이재명, 이제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돼서 돌아왔다"며 유세 무대 중앙에서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안동 육군사관학교 이전 공약과 관련해 "육사 유치 공약했다가 혼이 많이 났다"며 "그럼에도 굳이 한 개 특정 기관을 안동에 유치한다고 공약한 건 안동이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육사 유치를 추진하던 그 지역에는 더 나은 공공기관을 추가로 배치해서 균형을 맞춰주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무리한 일이지만, 이례적이지만 신흥 무관학교 육사의 정신적 전신 아니냐"며 "그 맥을 존중하고자 가장 독립운동가 많이 배출한 이곳에 호국정신 심자 해서 (육사 유치하겠다고)무리를 했는데 반발이 크다. 여러분이 보충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이 후보는 이날 방문한 다른 대구·경북 지역 유세와 달리 어린시절의 이야기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고향에 오니 어머니 생각이 난다. 제가 일탈하지 않고 대학 갈 때까지 소주 한 잔 안마시고 담배도 안핀 것이 다 어머니 때문"이라며 "어머니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하는 이유는 여기가 고향이니까. 여러분이 바로 어머니 같은 존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유세현장에서는 시민들이 '안동의 아들', '재명아 힘내라', '고향와줘서 고맙니데이' 같은 응원 문구가 적힌 깃발을 흔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남부수도권 시대, 대구 경북의 재도약, 이재명은 합니다!' 대구 집중유세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