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내장 수술하세요" 상담하고 검사한 '그사람' 의사가 아니었다

김현정디자이너 /사진=김현정디자이너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최근 의료인이 아닌 이른바 '코디네이터'를 통해 진료 상담·검사를 진행한 안과 병원들을 무더기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보건당국은 해당 병원들을 조사해 의료법 위반 사안이 발견될 경우 시정조치 등을 할 예정이다.

6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가 의료인이 아닌 코디네이터·행정직원 등을 통해 진료 상담·검사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서울·부산 소재 안과병원 11개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도 조만간 해당 병원들을 보건당국에 신고할 계획이다.


해당 병원들은 상담실장 등으로 불리는 '코디네이터'가 1차적으로 환자의 진료 관련 상담을 실시하고 2차로 증상 등을 확인하는 검사까지 하고 난 뒤 의사를 통해 백내장 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디네이터는 병원 중간 관리자 성격으로 행정업무의 기획·관리·개선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민간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이 있긴 하지만 의료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따라서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환자 예약과 관리 등 비의료행위에 국한된다.

의료법에는 의료행위에 대한 별도 정의는 없다. 보험사들은 일부 안과 병원들이 이를 악용해 코디네이터를 앞세워 수술이 필요없는 환자들까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백내장 수술을 유도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백내장 비급여 렌즈 수술 상위 40개 병의원 중 의사 1인당 월평균 최다 수술 건수는 2020년 212건, 2021년 230건이다. 휴일을 제외하면 의사 1명이 매일 9~10건의 수술을 한 셈이다.


의료법에 의료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조문은 없지만 대법원 판례에는 검진이나 요양지도 등의 행위까지도 의료행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코디네이터를 통한 진료 상담과 검사 또한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신고를 접수받은 보건당국도 해당 병원들이 의료법을 위반했는지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일부 안과들의 코디네이터 상담·검사에 이은 백내장 수술 사례를 보건당국에 신고한 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누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백내장 수술은 2020년 9월부터 급여화됐다. 그러자 일부 안과병원들은 수익보전을 위해 백내장 수술에 이용되는 91만원이었던 다초점렌즈비를 478만원으로 급격히 올리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료 진료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근래 급부상한 실손보험 누수의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2016년 780억원 수준이던 백내장 수술 지급 실손보험금은 지난해엔 1조원을 넘겼다.

백내장 수술 과잉진료에 따른 건상상의 부작용 호소 사례도 늘고 있다. 잘못된 백내장 수술 후 안내염으로 안구를 적출하거나, 빛번짐 현상으로 수차례 재수술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안과의사협회가 보험사들과 손잡고 백내장 수술관련 불법행위 지양 캠페인을 진행하고 전국 안과 병원에 자정을 촉구하는 서한문을 발송할 정도다.

최근 금융당국도 백내장 보험금 지급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안과병원의 진료절차 위반으로 불필요한 백내장 수술을 하거나 고액의 수술비를 부담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조속한 지급기준 마련을 통해 국민 건강권이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