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가스 밸브 잠그면 기름값 150불…대안은 석탄뿐"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화상을 통해 국가 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작전 중 숨진 러시아군의 유족에게 전사자 1인당 한화 7천만 원 이상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2022.03.04.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전기요금 상승압력이 커진 만큼 석탄 화력발전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발전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경우 탄소중립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ICE 런던거래소에서 브랜트유 선물 5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139.13달러,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130.5달러까지 급등했다.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 원유 생산량 2위 국가인 러시아에 대한 금융·수출규제가 시작되고 러시아 역시 에너지를 무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원유와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에 대한 사재기 수요가 몰리고 있다.

시장 안팎에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선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원)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제재 확대에 따른 국제유가 전망을 분석하면서 "에너지 수출입 부문에 스위프트(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제재 부과 혹은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대규모 공급 중단 시 최대 배럴당 15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은 곧바로 국내 전기요금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국내 LNG 수입분의 80% 가량이 유가에 연동한 장기 계약 형태이고,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계통한계가격(SMP)은 가장 마지막 단계 발전인 LNG 발전 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즉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 전기 요금과 도시가스 가격 상승 압력이 강해지고 전체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는 얘기다.


에경원 측은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화와 내수경제 영향 최소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 및 할당관세 유예 연장 △석탄발전소 가동률 상향 △고유가 지속 시 전기요금 인상폭 확대 등 정책이 시급하다"며 "현재 원전 가동률은 약 90% 수준으로 추가 증발이 어려운 만큼 석탄 발전기를 중심으로 한 발전량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전량 기준 석탄 발전은 19만7600GWh(기가와트시)의 전력량을 생산했다. 전체 전력량(57만6316GWh)의 34.3%에 달하는 수치다. 2017년 전체 발전량의 43%를 넘어섰던 석탄 발전 비중은 2020년 35.6%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34.3%까지 줄어들었다.

문제는 석탄 발전량 확대가 정부의 탄소중립과 미세먼지 저감 정책과 어긋난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 범부처 총력대응' 방침을 발표하고, 이달 말까지 공공 석탄 화력발전소 총 53기 중 17~26기를 가동정지한다고 밝혔다. 남은 석탄 화력발전소 역시 최대 36기까지 출력을 80% 이내로 제약하기로 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 대응을 위해 석탄 발전량을 늘릴 경우 이같은 탈탄소·미세먼지 대책도 보류해야하는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3월은 기상여건 등으로 미세먼지 관리가 가장 어려운 달로 국가적인 에너지 비상사태까지 간다면 여러 선택지를 고려해 볼 수 있지만 미세먼지처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해선 안된다"며 "산업부와 협조를 통해 에너지 믹스를 고민하고 국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상태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