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만 했던 '국민연금 개혁'…차기 정부에서 보험료율 올릴까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10일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22.1.10/뉴스1

연금개혁은 차기 정부의 1순위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은 빠르게 소진하고 있지만 제도개혁은 요원하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차기 정부가 연금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위한 사전 작업을 추진 중이다.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계산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민연금법 시행령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5년이 되는 해의 3월31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법에서 정한 5년이 되는 해가 2023년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장래인구추계와 성장률 전망 등을 토대로 이뤄진다. 2018년 재정계산 당시 국민연금 예상 소진 시점은 2057년이다. 당시 인구추계보다 저출산 기조가 강해졌기 때문에 소진 시점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에 실패했다. 2018년 숱한 논란 끝에 4개의 정부안을 만들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안은 △현행유지방안 △기초연금 강화방안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①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② 등 4개였는데, 현행제도를 유지하거나 '더 내고 더 받는' 구조였다.

국민연금 제도개선의 핵심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이다. 보험료율은 '내는 돈'이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때 정해진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3%였다. 이후 5년마다 3%P(포인트)씩 올라 1998년 9%로 정착했다. 이후 보험료율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받는 돈'이다. 40년 동안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한 경우 전체 가입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받을 수 있는 연금액 수준이 소득대체율이다. 제도 도입 당시 70%였던 소득대체율은 몇 차례 제도 개혁을 거쳐 2028년 40%까지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국민연금 제도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미래에 소진할 경우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부과방식은 기금을 적립하지 않고 보험료를 거둬서 바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2018년 재정계산을 기준으로 연금개혁 없이 국민연금이 소진할 경우 2057년에 필요한 보험료율은 24.6%다. 미래 세대의 청년들은 월급의 4분의1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연금 개혁의 공론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복지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고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재정수지를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하되, 노인빈곤 해소 차원에서 기초연금도 인상하자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3일 '공적연금 개혁방안 마련을 위한 포럼'에서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고 공무원연금 등과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의 통합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공론화됐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방안 역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차기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 요구에 어떻게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적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년에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가 나오면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대선 후보들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지난 3일 포럼에서 "연금개혁은 학술·사회·정치적 계기가 마주쳐야 하는데, 학술·사회적 계기는 충분히 성숙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선에선 과거와 전혀 다르게 정치적 계기가 성숙됐다는 점에서 차후 구체적 개혁의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