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이번주에 2000원 넘긴다…언제까지 오르나?

연일 고공행진 중인 국내 휘발유 가격(전국 평균 기준)이 이번 주 리터당 2000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국제 유가에 2~3주 후행하는 추이에 기댄 관측이다.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 우상향세를 이어갈지는 이번주~다음주 국제 유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국내 물가 안정화를 위해서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 원유수입관세 인하 등 카드가 제시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국제유가에 2~3주 후행하는 휘발유값···"이번주~다음주 주간 단위 유가 하락세 이어갈지 지켜봐야"13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73.85원으로 전일 대비 8.82원 올랐다. 서울(2053원), 제주(2087원), 대전(2002원) 등 휘발유 가격 평균은 이미 리터당 2000원을 넘겼기 때문에 이번 주 중 전국 평균 가격도 2000원을 넘길 수 있단 관측들이 나온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3월 들어서만 11.5% 올랐다. 특히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11일 2000원을 넘겼는데 이는 2013년 9월 이후 8년 6개월만이었다.


휘발유가 고공행진 배경은 국제유가 상승세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2014년 이후 약 8년 만에 처음으로 100달러(종가기준)를 돌파, 1주일 여 만인 지난 8일에는 127달러까지 넘겨 연중 최고가를 찍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연초 대비 44.9%나 올랐다. 3월 들어서만 11.6% 뛰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 심화로 세계 3대 원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산 원유가 통용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와 실제 미국의 봉쇄조치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통상 국내 휘발유 가격이 국제 유가를 곧바로 반영하지 않고 2~3주 가량 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국내 휘발유가는 더 상승할 수 있다.

한 정유업계 전문가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일별 국제유가에 연동되기보다 주간 유가에 연동된다"며 "지난 약 한 달 간 주간 국제 유가가 대체로 오름 추세였기 때문에 국내 휘발유 가격도 당분간 상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난 8일 국제 유가가 고점을 찍은 뒤 최근 며칠 새 일별 유가가 다소 하향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 추세를 주간 단위로도 이어갈 수 있을지가 향후 휘발유 가격 움직임을 전망하는데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2월 셋째 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7.93달러로 전주 대비 4.69% 올랐고 마지막 주에는 118.11달러로 20.61%나 급상승했다. 단 3월 첫 주에는 112.67달러를 기록, 전주 대비 4.61% 내렸다.
OPEC+ 증산? 외신 "러시아 등 회원국이어서 가능성 낮아"···유류세 인하폭 확대·수입관세 인하 등 '제언'휘발유 가격이 내림세로 전향하려면 우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진정이 우선돼야 한다. 국내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이 전체 수입량의 6%도 채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러시아가 일평균 970만배럴를 생산하는 전세계 2위 산유국(2021년 기준)임을 감안하면 전세계 공급망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한 때 석유수출기구(OPEC)가 증산에 나서 공급량을 늘림으로써 국제유가 안정화에 나서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OPEC이 수급 이슈가 아닌 지정학적 문제로 증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이다. 또 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들 협의체인 OPEC+에 러시아가 가입국으로 속해있단 점도 증산 가능성을 낮춘다.

실제로 주미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가 CNN 등 외신에 "UAE가 증산하길 희망하고 OPEC의 증산을 독려할 것"이라고 언급했었지만 정작 UAE 에너지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OPEC+와의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해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로 인한 이란산 원유 수출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국제 공급량이 늘어나는 데에는 3~6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셰일 시추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로 인한 유가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유가 향방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정부가 정책을 통해 국내 석유제품가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부가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키로 했지만 이에 더해 유가 상승 지속시, 인하 폭을 30%까지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원유 도입 비용, 유류세 등 각종 세금, 정유사와 주유소 마진이 반영돼 결정된다. 현재 휘발유 가격에 적용되는 유류세는 리터당 656원이다. 휘발유 평균가(1973.85원)의 약 33%를 차지한다.

유류세를 30%까지 늘린다면 휘발유 판매가는 인하 전보다는 리터당 305원, 현재 시행중인 인하율 20%가 적용된 판매가 대비 리터당 141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인하율을 30%로 높일 경우 이에 따른 세수 감소가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유가 수입시 적용되는 관세 인하 카드도 언급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비단 자동차 소유주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 공장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준다"며 "현재 원유가의 3%가 붙는 원유수입관세를 낮춘다면 큰 폭의 체감효과는 아니더라도 산업계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