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도 올라탄 폭스바겐 전기차 플랫폼...韓 배터리 몸값 높아진다

/사진=폭스바겐그룹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폭스바겐이 최근 LG·삼성·SK 등 한국 배터리 3사와 관계 강화에 나서는 등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폭스바겐 플랫폼을 이용하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포드는 독일 쾰른지역의 내연차 공장에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부터 연간 12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터키 코치(Koc)와 설립한 합작사 포드-오토산(Ford Otosan)을 통해서도 루마니아 지역에 신규 전기차 생산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규 전기차 제작은 폭스바겐그룹의 MEB를 이용한다. 이날 폭스바겐그룹은 포드와의 MEB 공급계획이 담긴 신규 파트너십 체결 소식을 전했다.


이로써 포드의 유럽 전동화 청사진이 윤곽을 드러냈다. 전날 체결한 SK온·코치 등과 합의한 3자 JV를 통해 배터리를 생산하고, 생산된 배터리를 쾰른·루마니아 공장에서 팩으로 조립해 MEB 기반의 신규 전기차에 탑재하는 방식이다. 신규 3자 JV는 터키 앙카라 인근에 설립될 예정이며 연간 최대 64만대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SK온은 헝가리 코마롬과 2024년부터 가동되는 이반차에 이어 추가적인 유럽 내 생산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3자 JV를 통해 설립하면서 투자금 부담을 낮췄으며, 안정적인 판로까지 담보할 수 있게 됐다. '터키의 삼성'이라 불리는 코치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현지 지역 사업을 확장하는데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 포드가 밝힌 현지 전기차 생산 규모가 3자 JV 배터리 생산량을 웃도는 만큼 코마롬·이반차 공장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커졌다.

이번 협약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포드가 폭스바겐그룹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포드는 작년 초까지 전동화가 늦다는 지적을 받았다. 급변하는 시장 대응을 위한 과감한 결정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결정은 전동화가 늦은 또 다른 완성차 업체의 선례가 될 전망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이번 포드와의 플랫폼 납품 계약을 계기로 관련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SK온과 포드·코치 등의 3자 배터리 합작 생산법인(JV) 위치 /사진=SK온

토마스 슈몰(Thomas Schmall) 폭스바겐그룹 기술이사회 이사 겸 폭스바겐그룹 부품담당 CEO는 "포드와의 이번 합의를 계기로 글로벌 전동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면서 "폭스바겐그룹은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부를 신설하고 MEB뿐 아니라 차세대 전기차플랫폼인 SSP도 파트너 회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폭스바겐그룹의 플랫폼 사업 확장은 SK온에게는 추가 실익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SK온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391,000원 ▲2,000 +0.51%)·삼성SDI (438,000원 ▼5,500 -1.24%) 등 국내 기업들도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폭스바겐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 가운데 가장 폭넓은 배터리 수급전략을 내세운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와 중국의 CATL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수급받고 있다. 지분투자와 JV파트너십을 체결한 스웨덴 노스볼트와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폭스바겐그룹은 각형 중심의 배터리 수급전략을 내세우며 BYD 등 중국계 기업과의 접점을 넓혔다. 동시에 각형을 취급하지 않는 LG에너지솔루션·SK온과 거래량이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폭스바게그룹과 국내 기업 간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는 분위기다. LG·SK 등은 최근 잇따라 각형 개발 계획을 발표했는데, 배경에는 CATL을 제외한 중국계 업체들과 노스볼트의 기술력에 실망한 폭스바겐그룹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LG·삼성·SK 3사의 배터리가 MEB에 적합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폭스바겐그룹의 플랫폼 사업 확장 수혜도 K배터리 3사에 집중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포드의 전동화가 SK온에 상당한 실익을 안겨줌과 동시에, 폭스바겐그룹이 플랫폼 사업의 포문을 열게 돼 국내 3사 모두에 고른 실익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드와 폭스바겐그룹의 이번 전기차플랫폼 파트너십 체결은 전동화를 앞당기고,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는 데 속도를 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면서 "국내 3사의 경우 폭스바겐그룹과 거래하면서 해당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중국·일본 경쟁업체보다 폭넓은 거래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실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