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안동일 체제' 3년 더...수소환원제철 기틀 닦는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현대제철은 '안동일 2기' 체제를 맞게 됐다. 안 사장은 포스코 출신으로 2019년 영입돼 지난 3년간 현대제철을 이끌어왔다. 재선임에 따른 새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안 사장은 이번 임기를 통해 친환경 철강사의 토대를 닦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앞선 임기에서 해소하지 못한 사업장 안전관리 논란은 여전한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23일 인천 중구 베스트웨스턴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안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포함한 상정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안 사장은 대표이사로 새롭게 추대됐다. 안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생존을 모색함과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규모의 성장을 지향했던 관성에서 벗어나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라는 기업 정체성을 확고히 구축할 것"이라면서 "미래 전동화 관련 소재 대응을 강화, 탄소중립 기반 구축, 국내외 사업거점 특화 등을 통해 수익성 중심의 철강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안 사장이 취임한 뒤 현대제철은 지난 3년 간 많은 변화를 일궈냈다. 단조사업을 분리하고 박판열연·컬러강판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STS 냉연사업을 일원화 하는 등 저수익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고로·전기로·모빌리티소재 등 제품 중심의 사업부제로 조직구조를 개편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올 연말에는 국내 철강사 최초로 본사 기능을 담당하는 서울소재 근무 부서를 IT기업이 밀집한 판교로 통합시킬 예정이다. 이를 통해 보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한다.

업계는 철강사 최대 화두인 탄소중립을 위해 안 사장의 역할과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철강업계의 중장기 과제인 수소환원제철 도입 기반을 닦기 위해서는 안 사장 같은 현장직 출신의 리더가 적합하다. 안 사장은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장, 광양제철소 설비담당 부소장에 이어 광양·포항제철소장을 차례로 지냈다. 고로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설비 분야의 전문성을 지녔다.


수소환원제철은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는 과정에서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공법이다.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국내서 유이하게 고로를 운영하는 포스코·현대제철 등은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공통된 포부를 공개한 바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의 설비를 수소에 걸맞게 대체해야 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고로와 관련 설비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안 사장의 새 임기에는 수소환원제철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앞서 안 사장이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영역에 주력함과 동시에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 역시 막대한 투자재원이 필요한 수소환원제철 도입에 앞서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현대제철 사업장 안전관리 논란은 안동일 2기에서도 꾸준히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이달 2일과 5일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예산공장에서 발생한 5일 사고의 경우 위탁생산을 맡긴 협력사에 책임이 있는지를 관계 당국이 따져보는 상황이지만, 2일 사고는 당진제철소에서 발생해 명백한 현대제철 사고로 기록됐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산업현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최악의 경우 안 사장이 고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철소는 사업 특성상 위험한 작업장이 많아 중재재해법에 취약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재계와 주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개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나, 개정 전까지는 상당한 잠재적 리스크로 자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안 사장은 최근 불거진 안전관리 논란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어제의 방식이 오늘 적용될 수 없으며, 오늘의 해법이 내일 유효하지도 않다"고 언급하는 등 변화를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