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에 정유사들 '역대 최고실적' 기대되는 이유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된 27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에 휘발유가 2399원, 경유가 2398원을 나타내고 있다. 주유소에는 한동안 손님이 없었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2001.9원으로 지난주보다 7.5원 뛰었다. 국내 전국 주간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15.6원 오른 리터당 1918.1원으로 2008년 7월 넷째 주(1932원)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다. 2022.3.27/뉴스1

지난해 총 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도 실적 신기록을 이어갈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유가가 오른 데다 정제마진도 대폭 개선되면서다. '위드 코로나'로 휘발유, 항공유 등의 수요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 중 상장사인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36.8% 증가한 8610억원이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40.6% 증가한 7070억원이다.


일부 증권사에선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조5000억원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정제마진과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 1분기 호실적을 이끌 전망이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7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우려에 상승 흐름을 보이다 이달 초 배럴 당 120달러까지 올랐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최근 배럴당 110달러 수준을 오간다. 유가가 상승세일 경우 정유사들은 낮은 가격에 산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커져 이익을 보게 된다.

정유업계 실적의 핵심 지표인 복합정제마진 역시 배럴당 10달러대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를 뛰어넘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올 초만 해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면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 정제마진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공급이 부족한 반면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라 정제마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유와 등유(항공유·난방유) 마진은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한다. 국제항공유는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뛰었다. 경유와 휘발유도 최근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선 하반기까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유지되면서 정제마진 역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 미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탄,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 무역 제재에 나선 상황이다. 러시아가 수출하던 석유제품 역시 전쟁자금 지원 등의 우려로 쉽게 거래되기 어렵다.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대체 공급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원유보다 석유제품의 공급 부족이 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석유제품 가격이 높아지자 국영 정유사에 오는 4월 휘발유와 경유 수출 중단 명령을 내렸다. 석유제품 재고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은 가운데 중국 생산 및 수출 감소로 정제마진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반기까지 높은 수준의 유가와 정제마진이 유지되면서 정유업계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비상장 (32,300원 0.00%) 등 국내 정유4사는 2017년 총 7조72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제재와 더불어 증산이 어려워 공급 차질로 1년 이상 고유가가 유지될 것"이라며 "해외 입국자 격리가 완화되면서 항공유, 휘발유 등의 수요가 회복되고 있어 정제마진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