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걸렸다"…길리어드 B형 간염약 특허 뚫은 제약 4각편대

동아에스티 (67,400원 ▼700 -1.03%)와 종근당 (103,500원 0.00%), 대웅제약 (112,000원 ▲300 +0.27%), 제일약품 (17,530원 ▲760 +4.53%) 4개 제약사가 길리어드의 B형 간염 치료제 '베믈리디'(성분명 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헤미푸마르산염)의 특허 관문을 넘었다. 제약사들이 특허 도전에 나선지 약 3년 만이다. 이제 4개 제약사는 올해 9월 이후 베믈리디의 제네릭(복제의약품)을 허가 신청할 자격을 얻게 됐다. 하지만 길리어드가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제네릭 출시 시점을 예단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태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특허심판원은 제일약품이 베믈리디의 '테노포비어 알라펜아미드 헤미푸마레이트' 특허에 대해 청구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청구성립 심결을 내렸다.


해당 특허는 길리어드의 B형 간염 치료제 '베믈리디정'의 염(약효를 내는 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성분)에 관한 것이다. 특허 만료 시점은 2032년 8월 15일이었다. 특허심판원은 앞서 동아에스티와 대웅제약, 종근당이 청구한 같은 심판에서도 청구성립 심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4개 제약사는 베믈리디의 PMS(시판 후 조사)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9월 12일 이후 제네릭 품목 허가를 신청할 권한을 갖게 됐다. PMS는 임상시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어도 추가적인 안전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만료 전 제품의 특허와 별개로 제네릭 출시가 제한돼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업체는 사실상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다. PMS 기간이 만료되면 제네릭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제약사들이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거쳐 우선판매권을 획득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4개 제약사가 이번 심결을 받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 동아에스티가 2018년 12월 가장 먼저 심판을 청구했고 다른 제약사들이 연이어 심판을 청구했다. 심판 청구 시점에는 PMS 만료기간이 3년 이상 남아 특허심판원의 우선심판에서 제외돼, 만료기간이 1년에 임박한 즈음 심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길리어드의 베믈리디는 같은 회사의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의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통한다. 주성분은 같지만 간에 전달되는 효율을 높여 투여 용량을 비리어드의 10분의 1로 줄였다. 이를 통해 신장독성 부작용 등을 개선했다. 국내 처방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28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려 4년만에 5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네릭으로 파고들 시장 파이가 그만큼 큰 셈이다.

하지만, 베믈리디의 특허 만료 기간 자체가 10년 가량 남아있어 길리어드 역시 이번 심결에 대한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항소에 이어 1심 결과까지 뒤집히면 제네릭 출시 시점도 그만큼 밀릴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이번 심결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출시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