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족 몰리자 50만원 객실 동나…특급호텔 '매각 잔혹사' 멈출까

연내 착공 예정인 보코 평택. /사진제공=IHG호텔앤리조트

코로나19(COVID-19)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호텔시장이 관광산업 중 가장 먼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거리두기'에 지친 국내 호캉스(호텔+바캉스)족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다 방역정책 완화로 글로벌 '한류 관광' 기대감이 높아지며 특급호텔 투자가 활발해지면서다.

6일 금융·호텔업계에 따르면 국내 호텔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 존스랑라살(JLL)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국내 호텔거래액이 1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80% 증가한 수치다. 이 중 7000억원에 팔린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거래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도 국내 호텔시장 거래 규모가 1조2000억원을 상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등 지난해에 이어 호텔 투자가 활황을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측면에서 지난해와 차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의 종식을 뜻하는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호텔업계 전반이 되살아나면서 호텔 투자 목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과 지난해의 경우 대다수의 호텔 투자나 매각은 용도변경이나 재개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거래 규모가 최대였던 르메르디앙을 비롯해 4000억원에 팔린 쉐라톤 서울 팔레스호텔이 대표적이다. 두 호텔은 모두 고급 주거단지가 포함된 주상복합건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서울 청담과 부산 해운대 터줏대감이었던 프리마호텔과 해운드그랜드호텔도 호텔로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호텔업종의 경우 초기투자 등 들여야 할 비용이 큰데 반해 수익성이 높지 않아서다. 여기에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건설사나 금융투자사들이 직주근접의 알짜배기 입지란 점을 고려해 재개발하는 방향으로 인수를 추진했다. 지난해 호텔 매각 소식이 들릴 때마다 '호텔 매각 잔혹사'란 꼬리표가 따라 붙었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호텔시장이 재정비되며 이 같은 기조가 바뀌었다. 1박에 50만 원이 넘는 객실이 주말마다 동나고, 호텔마다 뷔페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며 1인당 15만원 안팎의 가격을 내야 하는데도 예약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등 호텔사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JLL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로 럭셔리 호텔의 객실당수익(RevPAR)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86% 수준까지 회복했다.

무엇보다 호텔시장 최고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외국인 비즈니스·여행 수요가 돌아올 것이란 호재가 호텔투자 변화를 이끌었다. 해외입국자(백신접종자) 대상 자가격리 해제령 등 정부가 방역정책 완화를 선언하면서 호텔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방탄소년단이나 '오징어게임' 등으로 한류시장이 급성장한 만큼 방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시장의 회복탄력성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2024년과 2025년에 호텔업체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민준 JLL 호텔 사업부 총괄이사는 "한류의 성장과 누적된 여행 수요로 인해 국내 호텔 시장이 신속하게 회복되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호텔 부문으로 시선을 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3대 호텔체인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IHG)은 경기도 평택에 경기도 첫 5성급 호텔을 짓기로 결정하고 연내 착공에 들어간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철수 대신 투자 확대를 결정했는데, 한국이 향후 아태 지역 3대 여행마켓이 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세레나 림 IHG 동남아·한국 지역 개발 담당 부사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 여행시장은 한 마디로 '파워하우스 인플루언서(영향력자를 만들어내는 동력원)'"이라며 투자 배경을 밝혔다.

다만 이런 흐름은 5성급 럭셔리 호텔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안전과 프리미엄이 강조되는 최근 여행 트렌드로 호캉스·여행회복 반사이익을 특급호텔이 보고 있어서다. 호텔 투자사들도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매각 후 임대(세일앤리스백)나 지분거래 등 다양한 거래구조를 도입할 수 있는 부동산인 대형 럭셔리 호텔로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캉스 트렌드로 럭셔리 호텔은 투숙이나 식음 등의 측면에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저가 호텔은 여전히 폐업위기인 곳이 많다"며 "방한 외국인 여행객이 들어와도 중저가 호텔에 묵는 단체관광객보단 당분간 프리미엄 투숙객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호텔시장 양극화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