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쟁에 美 태양광법 가속도…미국 내 1위 한화큐셀 수혜 기대

한화큐셀USA가 지난 4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메이우드에 건설한 10.9MW(메가와트) 규모 태양광발전소 모습. /사진제공=한화큐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에너지 안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각 국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입안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태양광 산업의 세액공제 법안의 연내 통과가 가시화되면서 한화큐셀도 수혜를 기대 중이다.

5일 글로벌 태양광 전문지 피브이테크(PVtech)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100곳 이상의 미국 청정에너지 생산기업은 청정 에너지 세금 인센티브 법안의 상원 통과를 요청하는 서한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의회에 전달했다.


이는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인 태양광 세액공제 법 SEMA(Solar Energy Manufacturing for America Act)의 상원 통과를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안정적인 에너지 자립과 제조업 성장을 근거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SEMA가 포함된 미국 2차 인프라법인 BBB(Build Back Better)법안도 연내 통과가 유력시된다. 1조7500억 달러 규모의 BBB법안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기술 관련 투자에 부과되는 세금의 일부를 공제하는 ITC(Investment Tax Credit) 공제율 30%를 2031년까지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린수소 생산과 사용에 대한 민간 투자까지 지원할 수 있다.

그동안 BBB법안에 대해 반대해오던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도 최근 기후변화와 에너지 자립을 위해 협상할 수 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조 맨친 의원은 지역구인 웨스트 버지니아 예산 확보를 위해 BBB법안에 제동을 걸어왔다. BBB법안 좌초 원인이었던 조 맨친 의원의 반대가 누그러진 만큼 업계에선 4월 말부터 BBB법안이 공식 논의되고 8월 내 입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지난달 2030년 전에 러시아산 화석연료에서 유럽을 독립시키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독일도 에너지 안보를 위해 당초 205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재생에너지 비중 100% 달성을 2035년까지로 15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화석연료가 비싸지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에너지 자립을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태양광은 특히 화석연료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이기 때문에 설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력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건설 규모는 매년 경신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에너지 전망 2020' 보고서에서 태양광 발전 설치 규모가 늘어나면서 태양광이 가장 저렴한 전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IEA는 2026년까지 매년 평균 305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설비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SEMA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에서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한화큐셀이다. 한화큐셀은 미국 주거용 및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태양광 세액공제가 시행되면 한화큐셀이 매년 1000억~2000억원 수준의 세전이익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큐셀은 최근 SEMA 통과를 염두에 두고 미국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REC실리콘 최대 주주가 되는 등 미국산 제품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국에서 업스트림(폴리실리콘·웨이퍼·잉곳)-미드스트림(셀·모듈)-다운스트림(발전소 건설·운영) 사업을 전부 갖춘 셈이다.

REC실리콘은 수력 발전으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연간 1만6000톤 생산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향후 각 국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될 경우까지 대비해 제조과정에서도 탄소중립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미국 정부의 지원 정책에 맞춰 태양광 사업의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