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표창 검사, 검수완박 반발 "차라리 저를 경찰로 보내달라"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민주당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추진에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국기게양대에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김 총장은 입장문을 통해 "2019년 법무부 차관 재직시 70년 만의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제도개혁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어 검찰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이러한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책임을 지고 법무부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2022.4.17/뉴스1

이른바 'n번방' 수사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현직 검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재고해 달라고 간청했다.

1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차호동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게시글을 올리고 "차라리 수사를 할 수 없는 저를 경찰서로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차 검사는 문 대통령을 향해 "저는 2021년 초 대통령님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평검사"라며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로 근무하면서 텔레그렘 n번방 수사 등 여성아동범죄 엄단에 기여했다 칭찬하시며 표창을 주셨다"고 글을 열었다.

이어 "수사관님과 모텔방에서 한 달간 숙식을 해가며 밤을 새워 디지털 성범죄를 밝혀내던 순간을 대통령님께서 인정해주신 것 같아 벅차오른 순간이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의 다른 모든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그저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개정 형사소송법 제217조가 어떻게 개정돼있는지 만이라도 한 번만 읽어봐주시기를 간청드린다"며 "해당 개정법 조항은 '사법경찰관이 지체없이 압수수색 영장을 법관에게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규정 자체로 헌법 위반이고 이번 법안이 얼마나 고민없이, 아무런 검토도 없이 급조됐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 검사는 "존경하는 대통령님께서 이런 법안이 시행돼 우리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이 무너지지 않도록 힘을 써주시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호소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차 검사는 윤 당선인을 향해 "무력한 평검사인 저로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 외에는 우리 형사사법체계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며 "당장 8월이 되면 19세기 이후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틀이었던 검찰 제도 자체가 없어지고, 경찰 수사를 감시하고 보완할 제도 자체가 없어진다. 저는 도저히 8월 이후 검사실에 앉아서 눈 막고 귀닫고 종이만 본 채로 누군가를 기소할지 말지 결정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수사할 수 없는 저를 경찰서로 보내달라"며 "미력하나마 십수년간 쌓은 제 수사경험을 토대로 경찰관님들과 함께 때로는 쓴소리도 하고 때로는 도움을 드리면서 수사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력을 다하고 그 모든 상황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는 일을 맡겠다"고 썼다.

차 검사는 이어 "부정부패 범죄는 단 하루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검사인 저는 특검이든 중수청이든 한국형 FBI이든 조직, 예산을 만드는데 몇 년 걸리는 동안 증발해버릴 범죄를 눈뜨고 지켜볼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 어디든 좋으니 공터에 텐트라도 쳐놓고 저를 불러달라. 8월 이후 당장 텐트 안에 전문가들이 모여 부정부패범죄를 수사해나갈 수 있도록 사람만 모아달라"며 "하루의 공백도 없이 수사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