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랙 쿨리뷰] 볼빨간사춘기, 감출 수 없는 저변의 음울

볼빨간사춘기, 사진제공=쇼파르엔터테인먼트

볼빨간사춘기 최근 앨범 'Seoul(서울)'은 1번 트랙 'Love story(러브 스토리)'부터 마지막 트랙인 다섯 번째 수록곡 '별'에 이르기까지 안지영의 사랑했던 날들의 한 부분을 들여다 보는 것만 같다. '날 좋아하던 그때'(Love story)라며 끄집어낸 한켠의 추억도, '언젠가 사랑했던 그 도시'('Seoul)라며 돌이켜보는 향수도, 급기야 '내가 사랑했던 그 시와 사랑을 줬던 모든 내 시간들'(In the mirror)을 울부짖으며 애타게 찾는 순간까지. 사랑의 순간을 기껍게 추억하다 현실의 시점과 맞닿을수록 노래에 실는 감정은 어쩐지 슬퍼진다.


결론적으로 볼빨간사춘기의 'Seoul'은 지독한 그리움을 담아낸 앨범이다. 웃으며 지난 일기장을 들쳐보다 결코 돌아가지 못할 아름다운 날들에 갖는 공허함 같은 거 말이다. 맑고 청량한 감상이 주요했던 볼빨간사춘기의 히트곡들은 안지영으로 일인조가 되면서부터 급격한 감정 변화를 겪는다. '반짝이는 널 가지고 싶다'(우주를 줄게)며 명량하게 사랑을 고백하던 소녀는, 무거운 마음으로 '희미해진 거울 속 나를 노려보는'(In the mirror) 상태에 이른다. 'Seoul'에 담아낸 감정 변화가 갑작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건, 직전 앨범 'Butterfly Effect(버터플라이 이펙트)'에서 보여준 정서와도 이어지기 때문일 거다.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사라져가는 걸 보면서 나는 한참을 울고 있었던 것만 같아'(너는 내 세상이었어-'Butterfly Effect' 수록곡)


'Seoul'에서 안지영은 여러 수록곡으로 감정 변화를 단계적으로 이뤄내며 청자에게 보다 친절하게 다가간다. 1번 트랙 'Love story'는 일렉트릭 기타의 청량한 리프를 이용해 산뜻한 멜로디 라인으로 달콤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안지영의 창법도 우리가 잘 아는 볼빨간사춘기 특유의 간질거리는 바이브로 깨끗하게 얹어진다. 타이틀곡인 'Seoul'은 플럭 신스와 뮤트 기타로 도입부를 장식하며, 1번 트랙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져간다. 일렉트릭 기타의 펑키한 리듬이 만들어내는 시원한 사운드가 주요하다. 마찬가지로 안지영 특유의 음절마다 강하게 찍어내리는 방식의 창법을 담아냈다. 듣기에 편하고, 감상이 행복하다.

볼빨간사춘기, 사진제공=쇼파르엔터테인먼트

그러다 3번 트랙 '아름다운 건'에 이르러 서정성이 짙어진다. 어쿠스틱 기타와 미니멀한 신스 기타의 반복은 절제된 무드를 완성한다. 앞의 두 곡보다 유쾌한 밸런스가 확실히 떨어지고, 여러 번 반복해 듣다보면 슬프게도 들린다. '사랑을 찾아 헤매는 너'라고 하지만 결국 자신에게서 비롯된 '헤매는 나'임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안지영이 직접적으로 밝힌 건 아니지만, 그의 상황을 고려하면 찾고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유추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이 쉽게 돌이킬 수 없다는 건 청자들도 익히 알고 있다.


4번 트랙 'In the mirror'는 음울한 저변의 감성이 놀랍기까지 하다. 눈만 감았다 떠도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독백은, '희미해진 거울 속' 스스로를 노려보는 상태까지 이른다. 그 위로 디스토션 기타와 보틀넥 주법으로 채워진 하이노트의 일렉 트릭 기타 사운드가 딥한 무드로 소리를 채운다. 안지영은 꾸역꾸역 삼키던 감정을 폭발력 있는 가창으로 해소하며 더 이상 아파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 노래에서 안지영이 내고 쓰는 소리는 록과 발라드의 가장 슬픈 창법들을 섞어내며 강질의 음율을 완성한다. 단박에 귀에 꽂히는 사운드는 'In the mirror'가 이 앨범을 관통하는 노래가 아닐까 하는 물음도 남긴다. 격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단, 애매한 트랙 순서에 배치해 더 많은 생각을 유도해내는 식으로 말이다.


안지영은 꿈을 그리던 순간과 꿈을 지켜내고자 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스케치북에 그려 넣은 서울’이라는 테마로 앨범을 엮어냈다. 형형색색의 앞장들을 지나 마지막장에 이르러 단조로워진 색채의 쓰임은, 묘한 감상을 들게 한다. 물론 음원강자답게 대중의 니즈를 잘 파악해 뽑아낸 사운드는 여전히 청자에게 환영받으며 좋은 성적까지 낸다. 그저 새로운 궁금증이 일뿐이다. 볼빨간사춘기에게 '서울'은 꿈에 매인 현재인지 과거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