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수익률이 저세상 지하로…메타버스 ETF 연초 이후 -26.85%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메타버스 ETF 주가 추이.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메타버스' 단어가 스치기만 해도 주가가 급등하던 건 옛일이 됐다. 연초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지정학적 이슈를 통과하면서 성장주인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고꾸라졌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외 메타버스 ETF 8종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6.85%를 기록했다. 3개월 평균 수익률은 -8.84%였지만 최근 한 달 동안 낙폭을 키워 -14.83%의 저조한 성과를 냈다.

국내와 해외를 나눠서 보면 국내 메타버스 ETF 4종의 1년 수익률은 평균 -27.60%로 해외 메타버스 ETF 4종 수익률인 -26.09%보다 소폭 낮았다. 상품별로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메타버스액티브 (7,060원 ▲25 +0.36%)'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29.47%로 가장 낮았고 KB자산운용의 'KBSTAR 글로벌메타버스Moorgate (12,470원 ▲185 +1.51%)'가 -20.64%로 가장 선방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메타버스, NFT(대체불가토큰) 등 테마 중심으로 종목 장세가 펼쳐졌다. 한 콘텐츠 제작사는 메타버스 관련주라는 증권사 리포트 하나에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메타버스 개별 종목의 경우 변동성이 클 수 있다며 분산 투자가 가능한 ETF로의 접근을 조언했다.

이에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메타버스 ETF를 일제히 내놓았다. 먼저 지난해 10월말 국내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 4종이 한국거래소에 동시 상장했다. 상장 2주일 만에 1500억원 이상의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다. 수익률도 높은 경우 20%를 넘어섰고 가장 낮은 상품도 14%를 웃돌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글로벌 메타버스 ETF로 자산운용사간 ETF 경쟁 2차전이 펼쳐졌다. 운용사들은 당시 빅데이터, AI(인공지능) 기업과의 협업으로 비교지수를 자체 개발해 차별화를 꾀했다. 글로벌 메타버스 ETF 4종은 불과 일주일 만에 1400억원이 넘는 투자자금이 몰리며 국내 메타버스 ETF 열풍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여줬다.

잘나가던 메타버스 ETF에 글로벌 금리인상이 제동을 걸었다. 메타버스 관련주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성장주로 분류된다. 금리가 오르면 현재 가치로 환산한 성장주의 미래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장주에 악재로 작용한다. 메타버스 ETF도 예외는 아니었다.

메타버스 ETF를 구성하는 업종 중에는 게임 업종의 급락세가 두드러졌다. 게임주 또한 작년까지만 해도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시장 기대감에 급등세를 보였지만 연말 이후 약세 전환했다.

메타버스와 마찬가지로 성장주인 탓에 증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기에 각 게임사의 신작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엔씨소프트 (171,200원 ▼1,300 -0.75%), 크래프톤 (229,500원 ▲4,000 +1.77%), 위메이드 (46,050원 ▲100 +0.22%) 등 대표적인 국내 게임주들의 주가가 반토막을 넘어 3분의 1토막이 났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나 관련 전자기기 생산을 하는 하드웨어 기업들의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카카오 (47,300원 ▼100 -0.21%)는 연초 이후부터 지난 2일까지 22.40% 하락했고 NAVER (181,500원 ▼1,200 -0.66%)도 25.76% 급락했다.

메타버스 관련 업종 중에서는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주가 흐름이 가장 견조하다. JYP Ent. (66,700원 ▲100 +0.15%)가 연초 이후 17.36%, 와이지엔터테인먼트 (42,000원 ▼350 -0.83%) 1.44% 올랐다. 메타버스 관련주면서 '포스트 코로나' 수혜주이기도 해서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오프라인 콘서트 재개 등 실적 개선 요소가 부각됐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증시 영향으로 메타버스 관련주의 단기 주가는 주춤하더라도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 시장은 오는 2024년까지 3000억달러(한화 380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가 의미하는 바는 궁극적으로 플랫폼의 변화, 결국 디지털 의존도가 심화된다는 것을 뜻한다"며 "실질적인 펀더멘털의 변화가 예상되는 곳에 투자가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