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α' 반도체펀드 내세운 尹정부…"中企 투자 포함돼야"

"이만큼 성과를 냈던 사례가 과거에 있었을까 싶다."

9일 업계에서는 민관합동 반도체 펀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추가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펀드 투자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및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속출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도 출범을 앞둔 새 정부에서 추가 펀드를 조성해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동 반도체 기금 '코마테크펀드'(가칭)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아직까지 구체화된 내용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한 110대 국정운영 과제에서도 펀드는 거론되지 않았다. 코마테크펀드는 정부 50조원과 반도체기업 출연금으로 조성되는 반도체 기금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마테크펀드는) 인력 양성을 위한 반도체 학과 신설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예정"이라면서 "구체적 활용방안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추가 펀드 조성 요구는 과거 진행된 1·2차 사업(반도체성장 펀드·시스템반도체 상생 펀드)의 성과가 독보적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TEMC와 영창케미칼이 에칭가스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 소재를 국산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소·중견 기업의 외관 성장은 뒤따라오는 결과다. TEMC의 경우 최초 투자 당시 대비 매출액이 8배, 임직원수는 3배 이상 늘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국가주의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필수 요소가 됐다"면서 "국내에서 핵심 소재 등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관세, 운송비 등도 절감될 수 있어 효율적"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중심의 투자는 단기적 성과를 일궈내야할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의 신사업 발굴이나 M&A(인수합병)를 위한 경우가 많아 반도체 생태계나 소부장 산업 전반을 다루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기조 하에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민관합동 펀드가 계속해서 조성됐으면 하는 배경"이라 덧붙였다.

펀드 조성 여건 역시 과거 대비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1·2차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에 특화된 펀드이다보니 운용사들이 협소했고, 반도체 소부장에 대한 가치평가도 다른 분야에 비해 높지 않았다"면서 "정부와 대기업이 70% 이상을 출자하면서 하위펀드를 조성했던 것이 현실"이라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펀드 투자에 따른 모범사례가 생겨나면서 수익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확산하는 분위기"라며 "운용사 역시 반도체를 전문으로 하는 곳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