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이후 50년만…"한국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국제기구들의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급망 불안과 주요국의 통화긴축 등이 글로벌 성장을 끌어내리는 양상이다.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높은 에너지 및 식품 가격과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결합돼 세계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2.9%로, 1월 대비 1.2%포인트(p) 대폭 내렸다. 사진은 8일 서울 명동 식당가 모습. 2022.6.8/뉴스1

세계 경제가 1970년대 이후 약 50년 만에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장기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분석과 함께 "한국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은행(WB)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4.1%에서 2.9%로 하향 조정하고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내놓은 전망치 3.6%를 하회하는 수치다.


WB는 에너지·식품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등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경기 둔화의 날카로움은 정말 우려스럽다"며 "이것이 80년 만에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둔화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지속상승하는 현상이다. 1970년대 중동 산유국의 석유 공급제한, 가격 인상으로 오일쇼크가 발생한 때를 대표적 스태그플레이션 시기로 꼽는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2분기 연속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감소하면 공식적으로 경기침체로 판단한다.

미국 GDP는 지난해 4분기에 전기 대비 6.9% 증가한 후 올 1분기에 1.5% 감소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경기침체 판단을 내리려면 올 2분기 수치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다른 주요 경제지표와 급격한 물가 오름세를 근거로 판단할 때 미국은 물론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진다. NBER의 기준에 따른 경기침체는 아직 우려할 상황이 아니지만 폭넓은 의미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이 이미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경기가 꺾였다는 신호가 강해진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로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0.7%)보다 0.1%포인트(p) 낮았다. 최근 통계청은 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4월에 각각 전월대비 0.3포인트(p)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경기 하락 전환 신호가 한층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물가는 급격한 오름세를 이어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4.1%, 4월 4.8%로 두 달째 4%대를 기록한데 이어 5월에는 5.4%까지 치솟았다.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7일 시작된 민주노총 공공운송노조 화물연대의 무기한 총파업 영향과 가뭄에 따른 농작물 피해 등을 고려하면 물가상승률이 6%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고 경기 부진까지 함께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이미 진행되고 있던 스태그플레이션이 (최근 발표된) 지표로 확인된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