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BMW 만남...삼성SDI·에코프로 '3사 파트너십' 성사되나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돌며 반도체 장비와 전기차용 배터리, 5세대(5G) 이동통신 등에 특화된 전략적 파트너들과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6.18/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유럽 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SDI 최대 고객사 BMW와의 만남도 성사됐다. 삼성SDI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에코프로비엠이 BMW 헝가리공장이 지어지는 인근에 신규 양극재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어서, 전기차·배터리·소재 등에 이르는 폭넓은 밸류체인 파트너십이 구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던 이 부회장이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11박 12일 동안 헝가리,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차례로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반도체에만 초점이 맞춰진 출장으로 알려졌으나, 이 부회장은 헝가리·독일 등지에서 배터리·전장 사업 관련 일정을 우선 소화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눈길이 끄는 것은 BMW 측과의 회동이다. 이 부회장의 출국길에는 박한규 삼성전자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김윤창 삼성SDI 소형전지사업부장, 장혁 삼성SDI연구소장 등이 동행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독일 일정까지만 함께한 뒤 지난 10일 독일 뮌헨에서 출발해 11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귀국 현장에서 박 사장이 최 사장에게 "큰일 하셨다"는 덕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당 발언이 나온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귀국 후 스스로 삼성SDI 헝가리 공장을 방문하고 BMW와 만났다고 밝힘에 따라, 업계는 당시 박 사장이 언급한 '큰일'이 삼성SDI와 BMW의 협력방안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부회장의 출장이 진행되는 동안 헝가리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의 헝가리 양극재 공장 예비 계약이 체결됐다. 라즐로 파프 헝가리 데브렌센시(市) 시장은 지난 16일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이번 예비계약 체결 소식을 전하면서 "7억2500만유로(약 9800억원) 투자로 631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2월 헝가리에 연산량 10만8000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예비 계약은 부지선정이 사실상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44만㎡ 규모의 대지 위에 양극재 1·2공장이 차례로 지어질 예정이며, 1공장은 2024년 상반기 완공해 하반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의 핵심 양극재 공급사다. 이번 투자 역시 삼성SDI 납품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자사 최대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를 구축한 상태다. 업계는 에코프로비엠 공장이 삼성SDI 괴드 공장보다 BMW 신규 완성차 생산설비 인근에 지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BMW도 현재 데브레센에 완성차 공장을 짓고 있다. 괴드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25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데브레센은 부다페스트 동쪽 230km 위치에 소재했다. 괴드와 데브레센의 직선거리는 약 200km다. 데브레센에 지어지고 있는 BMW공장은 2025년 가동이 목표며 연간 1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비 절감을 위해 협력사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공장을 설립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200km의 거리가 가깝다고 볼 수 있으나, 에코프로비엠 공장이 삼성SDI 공장보다 BMW 신규 공장 인근에 자리 잡는 점이 흥미롭게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SDI와 BMW가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추진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과 BMW의 만남, 사장단 귀국길에서 언급된 '큰일', 에코프로 공장 부지 등이 서로 무관치 않을 것"이라면서 "LG에너지솔루션·포스코케미칼·GM 등이 북미에서 체결한 전기차 밸류체인 파트너십과 유사한 형태의 밸류체인 파트너십이 기대되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BMW는 각형 배터리만을 취급하다 최근 원통형 배터리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SDI가 각형·원통형을 모두 생산하고 있어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BMW는 최근 CATL과 원통형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소량의 초도물량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BMW의 원통형 탑재는 신형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쎄'에 탑재된다. 노이에 클라쎄는 에코프로의 양극재 생산이 본격화되고, BMW 헝가리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 선보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