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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은 기업인 벌주기 좋은 나라?…선진국 처벌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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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현 기자
  • 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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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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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업 발목잡는 '죄와 벌'(下)

[편집자주] 대한민국 기업인들은 매일같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자가 된다. 평범한 투자 결정도 실패하면 배임죄로 몰린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공정거래법도 끊임없이 기업인들의 목을 옥죈다. 이에 새 정부가 경제형벌 개선을 약속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꿈은 과연 이뤄질까.


"무서워서 사업 못하겠네"…중대재해법 반년만에 손질, 왜?


韓은 기업인 벌주기 좋은 나라?…선진국 처벌 따져보니
정부가 시행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손보기로 했다. CEO(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어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시행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징역형으로 하한 규정을 둔 형량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서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오는 7월부터 경영책임자 의무 명확화를 위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시킨다는 취지에서다.

중대재해법 개정과 관련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실효성을 높이고 제도 취지를 살리는 방안에서 지침을 고치고, 부족하다면 시행령을 개정해 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시행했는지 따져보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형사처벌하는 법이다. 형벌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재계는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하는 CEO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형량 부담이 과도하다고 주장해왔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산업안전팀장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CEO 개인에게 다 지우고 형량을 징역 1년 이상으로 두는 것은 과도하다"라며 "기업의 안전관리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법인에 대한 벌금 등의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중대재해 수사를 받는 기업들은 CSO(최고안전책임자)가 있었더라도 100% 모두 대표이사가 피의자로 입건됐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뭘 지켜야 하는지 불명확한 상황에서 대표가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있다"고 했다.

앞서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는 중대재해의 정의를 '다수의 사망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재해'로 규정하고 사망사고 발생 시 처벌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전환해달라고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요청하기도 했다. 또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처벌을 면제해달라고도 했다.

국회에는 이미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CEO가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보건 확보 조치를 했다면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CEO 처벌을 강화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법무부 장관이 산업통상자원부나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협의해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기준을 고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에서 개인에게 '1년 이상'이라는 하한형을 적용한 건 형벌 체계 균형상 과도한 면이 있어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영규 변호사(중대재해법TF팀장)는 "안전법규 측면에서 해외 법률에 비춰보더라도 1년 이상 하한형은 유일하다고 봐야 하는데, 중대법 시행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형량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고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리적으로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를 발생케 한 과실범에 대해 징역형 하한형이 가해지는 건 과한 면이 있다"라며 "형벌 체계 균형상 개정을 검토할 사안"이라고 했다.

한편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 1월27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사고 57건(65명), 질병사고 2건(29명) 등 총 59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27건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경영책임자 등이 입건됐다.



"배임죄가 뭐예요?"…美, 배임죄 없어도 사기죄로 처벌



韓은 기업인 벌주기 좋은 나라?…선진국 처벌 따져보니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은 배임 문제를 경영자에 대한 형사 처벌보다 민사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적 이해관계 또는 재량의 남용 없이 이뤄진 결정의 경우 사후적으로 손해를 끼쳤더라도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취지다.

미국에는 아예 배임죄라는 범죄 자체가 없다. 대신 형법상 사기죄 등으로 한국의 배임죄에 해당하는 죄를 처벌하고 있다. 영미법 체계를 갖고 있는 미국은 법조항 자체보다도 판례가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경영 판단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경영 판단의 원칙이란 1829년 루이지애나 대법원의 판결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경영상 판단'으로 '이해관계 없이 독립적'이며 '상당한 주의의무'를 가지고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선의로', '재량의 남용'없이 판단한 경우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해도 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프랑스도 명목상 배임죄는 없으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영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단 이 경우에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프랑스 대법원은 1985년 로젠블룸 판결을 통해 대기업 계열사간 거래를 법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기업집단간 거래에서 일부 계열사가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이를 보상받을 것이란 신뢰가 존재하는 경우 배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지난 2011년 늘어난 매출액을 활용해 신규 사업에 투자했다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아 배임죄로 기소된 자국 보험사 아락(ARAG)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신규 사업 투자는 경영자의 경영 행위로 자율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당시 독일 연방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독일은 1851년 세계 최초로 배임죄를 명문화한 나라다.

독일은 한때 '배임죄는 항상 통한다'는 원성을 받던 나라였으나 아락 판결 이후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경영판단을 내려야 하는 기업의 입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독일은 주식법 제93조에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시하고 "업무에 관한 경영진의 결정이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 사실이 합리적 방법으로 인정될 경우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한국, 독일처럼 형법상 배임죄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도 한국과는 달리 배임죄를 좁은 범위에서만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형법 제247조에 따르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 또는 본인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에만 배임죄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에선 목적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한국에 비해 배임죄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 공정거래법 등 경쟁법의 경우에도 해외 선진국에선 형사처벌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독일과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16개 국가에서는 경쟁법 위반행위로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카르텔(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불공정행위 △사업자단체행위 등 행위에 대해 광범위하게 형벌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도 경쟁법에 형벌 규정이 있긴 하지만 한국에 비해 적용되는 유형이 적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위한 제도개선' 보고서에서 "기업인 개인을 형사처벌하는 법규가 너무 많다"며 "형사처벌형 행정규제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명예교수는 "현재 2300여개의 행정형벌규정이 존재하고 이 중 과징금, 영업정지,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경우도 많다"며 "행정규제의 제재수준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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