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태오, 섭섭함 한도 초과

강태오, 사진제공=맨오브크리에이션

"섭섭한데요?"


인기리에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이준호 역을 맡은 강태오가 이 대사를 뱉던 순간, 시청자들은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극한의 설렘을 화면 밖까지 전달하며 뭇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죄다. 강태오는 "좋아해요. 너무 좋아해서 제 속이 꼭 병든 것 같아요" "내가 돼 줄게요. 변호사님의 전용 포옹 의자" 등 대사마다 치사량의 설렘을 안방극장에 선사하며 '국민 섭섭남'으로 등극했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박은빈)가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마지막회 시청률 17.5%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국내외로 큰 인기를 끌었고, 이에 따라 주연배우들을 향한 관심도 지대했다. 이중 우영우 역의 박은빈과 로맨스 호흡을 맞춘 강태오는 '모두의 로맨스남'으로 등극하며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2013년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 멤버로 데뷔해,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던 강태오는 10년차에야 주연배우로서 주목을 받았다. 전성기라 할 만큼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곧 입대를 앞둔 터라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의 드라마 속 대사처럼 꽤나 섭섭한 상황이다. 최근 서울 강남 일대 한 카페에서 종영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그는 "아쉽다고 생각하면 아쉬울 수 있지만 좋게 생각하면 입대 직전의 작품이 잘 됐기 때문에 든든한 밥 한끼를 먹고 떠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오히려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거의 8개월 가까이 추운날과 더운날을 오가면서 즐거운 현장이 잘 마무리가 됐어요. 현장의 좋은 에너지가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잘 녹아내린 것 같아요. 올해 들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송되는 동안 가장 빠른 8주를 보내지 않았나 싶어요. 그만큼 저 역시 수요일과 목요일 밤을 많이 기다렸거든요. 작품이 사랑받아서 너무 감사해요."

강태오, 사진제공=맨오브크리에이션

강태오가 연기한 이준호는 훈훈한 외모와 다정한 성격으로 인기를 한몸에 받는 법무법인 한바다 송무팀 직원이다. 편견 없이 영우를 대하고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모습으로 '다정남주' 서사를 쌓아 올리며 드라마의 과몰입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가식없이 사람을 대하고, 타고난 천성 자체가 따뜻한 남자다. 강태오는 이런 준호에게 햇살 같은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작품의 따뜻함을 배가시켰다.


"이준호를 연기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작품을 하고 싶어서 기다렸어요. 1부부터 4부까지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법정물이라고해서 용어가 어려울 줄만 알았는데 잘 읽히더라고요. 짜릿함과 소소한 감동이 공존하는 좋은 작품이라는 걸 느꼈어요. 이런 대사가 유인식 감독님의 연출을 거치며 얼마나 좋은 장면으로 탄생할까 싶어서 정말 하고 싶었어요."


이준호는 극중 상대적으로 서사가 적다. 우영우가 작품의 중심인물이다 보니 서사 중심보단 로맨스 위주의 단조롭고 평면적인 모습이 방송에 주로 담겼다. 하지만 강태오는 이런 캐릭터에 끊임없이 인간적인 입체감을 불어넣으려 연구했고, 단순한 사랑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를 펼쳐내며 이준호라는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해 되기 않거나 조심스러운 대사들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고, 인물이 뱉는 대사가 제것이 될 때까지 파고들었다.


"극중에서 영우한테 '장난해요?'라면서 버럭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부분이 되게 조심스러웠어요. 준호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다보니 저에게도 민감하게 느껴졌어요. 그 부분을 감독님에게 이야기했더니 인간의 감정을 찬찬히 설명해주시더라고요. 어찌보면 준호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단지 버럭하고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헤어지자고 말하는 와중에 일 얘기를 하는 영우에게 오죽 섭섭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들이요. 화난 것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사랑에 대한 짙은 호소를 한다는 느낌으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강태오, 사진제공=맨오브크리에이션

다소 오그라들 수 있는 대사들도 담백하고 로맨틱하게 소화하며 숱한 명대사도 남겼다. 특히 "섭섭한데요?" 한 마디로 '국민 섭섭남'으로 등극한 그에게 "대사를 할 당시에 이런 반응을 예상했냐"고 묻자 "전혀 생각도 못했다"며 웃어보였다. 스스로도 "느끼 할 수 있겠다"며 걱정했던 대사들이 적지 않았다고 밝힌 그는, 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텐션을 갖추며 최대한 담백하고 진솔하게 감정을 전달하려 애를 썼다.


"'섭섭한데요'가 이렇게 반응이 좋으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대본을 볼 때까지만 해도 입맞춤신이야 어느 정도 반응이 예상됐고, 준호가 영우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 역시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한 적은 있었어요. 그런데 그 대사가 이렇게 피드백이 올 줄이야. 사실 그 장면은 테이크를 여러 번 갔어요. 한 10번 정도 찍은 것 같아요. 말의 톤과 분위기, 공기의 압력 등의 차이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최선의 감정을 넣기 위해서 여러 번 욕심을 내서 찍었던 장면이에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든든한 한끼를 먹고 잠시 대중과 안녕을 하게 된 강태오. 절대 잊을 수 없는 맛있는 한상을 선사하며 떠나기에 섭섭하지만 아쉽지는 않은 이별이다. 오히려 국방의 의무를 다한 채 돌아올 그의 늠름한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건 아마 모든 시청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저에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경각심을 가져다준 작품이에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더욱 많은 사랑을 받게 됐잖아요. 앞으로 더 잘하고 행동도 바르게 하라는 채찍이 되어 준 작품이에요. 앞으로도 화려한 배우보다는 꾸준히 길고 멀리 보는 연기자로 나아가고 싶어요. 지금처럼 조금씩 물을 주다보면 언젠가는 듬직한 나무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작품에서 나오는 팽나무 같은 듬직한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