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TV가 내 사생활 찍는다?…'가전 보안' 집중하는 삼성·LG

/사진 = 이주희 인턴 디자인기자

가전업계가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된 '초연결 가전'의 보안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초연결 가전은 하나의 앱으로 제조사·모델에 관계없이 다양한 제품의 조작이 가능하지만, 외부의 공격에 취약해 하나의 제품만 �돋�더라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우려가 있다. 특히 실생활에 밀접한 가전제품이다 보니 사생활 노출의 가능성도 크다. 업계는 선제적으로 보안을 강화해 제품 간 연결고리를 조이겠다는 계획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IoT 보안 시장의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IoT 보안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49억달러(한화 약 20조원)였던 시장 규모가 오는 2026년 403억달러(약 5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22.1%로, 지난해 상반기 IoT 장치 공격 15억건으로 6개월 사이 공격 횟수가 100% 증가하는 등 IoT 보안 위협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소비자를 겨냥한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는 '해커들이 한국 17만 가구의 사생활 영상을 유출했다'는 글과 함께 국내 가정의 일상적인 모습이 담긴 영상이 게시됐다. 아파트 거실에 설치된 방문자 확인용 장비 '월패드'의 카메라가 해킹되면서 발생한 사고로, 월패드 외에도 카메라가 부착된 냉장고나 스마트TV 등 가전제품도 언제든 타깃이 될 우려가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은 선제적으로 가전제품의 보안 강화에 나섰다. 아직 국내 기업의 제품이 해킹당한 피해 사례는 없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해킹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제품의 보안 보장을 확대한 것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시험인증기관 TUV SUD는 사이버보안 인증마크인 CSC 인증마크를 고안하면서 "가전제품 발전으로 보안 우려가 커져 중간제품부터 후속 소프트웨어까지 보안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공언했다.

IoT 기반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로 초연결성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은 최근 개최된 제 6회 삼성 보안 기술 포럼(SSTF)에서 자체 보안 플랫폼 '녹스'를 소개하며 강력한 보안과 사용 편의를 위해 다양한 선행 기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 사장은 "IoT 보안 위협의 규모는 막대하다"라며 "삼성은 보안 취약점 개선을 위해 자동화된 도구와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스마트 기기의 해킹 위험성과 보안 수준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안전인증기업인 UL은 최근 LG전자의 냉장고에 IoT 보안 부문으로는 처음으로 플래티넘 등급을 부여했다. 해당 제품에 탑재된 와이파이와 저전력 블루투스를 갖춘 통신모듈의 해킹 방어 능력과 데이터 암호화가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이 모듈을 탑재한 냉장고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냉장고·TV 등 기존 제품의 연결성이 강화되고 기능이 늘어나면서 해킹당할 경우 입을 수 있는 피해도 커졌다"라며 "가전은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단단한 보안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가전기업들의 보안 관련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내 기업도 보안 부문 투자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