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 멈춘 용광로...포스코 침수사태 후폭풍 지금부터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작업장으로 밀려들어온 진흙을 퍼내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에 따른 생산 차질로 철강업계 여파가 추석연휴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포항제철소 전 생산공정의 가동이 본격화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면서 공급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주요 제품가격 인상으로 대형 철강사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중견 철강사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김학동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태풍재해복구TF' 중심으로 사태 해결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TF는 49년 만에 고로(용광로)를 포함한 전체 생산라인의 가동이 중지된 포항제철소 정상화의 첫걸음으로 수변변전소를 복구하고 제철소 내 전력공급을 개시했으며, 고로를 시작으로 주요 사업장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겠단 전략이다.


포스코는 교대로 인력이 투입돼 24시간 연중무휴 운영되는 제철소 특성을 살려 연휴 기간에도 복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전력공급은 재개됐지만 침수된 전기계통망 복원 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포항지역 전체가 물에 잠긴 까닭에 다른 지역의 정비업체에 의뢰해야 하고, 설비 물품 조달에도 난항을 겪고 있단 후문이다.

전력공급은 재개됐지만 침수된 전기로 관련 설비 복구에 상당 시간 소요된다. 포항제철소뿐 아니라 포항지역 전체가 물에 잠긴 까닭에 다른 지역의 정비업체를 호출하고 설비 물품 조달에도 시간이 걸려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손실도 상당할 전망이다. 고로 침수는 피했지만 휴·송풍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하루 400억원 상당의 매출 감소가 점쳐진다. 주요 전기로 생산도 전력 설비 복원과 별개로 별도 복구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화재가 발생한 스테인리스 공정의 경우 최대 2개월의 셧다운이 예상된다. 침수된 설비가 복구와 시운전을 거쳐 정상적인 제품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매출액 감소, 완제품 침수에 따른 손실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


대형 철강사로부터 원재료를 납품받아 완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중견 철강사들도 비상이다. 이들은 사업장 규모가 크지 않아 선제적으로 확보한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추석 연휴를 보낸 뒤 수일 이내 생산이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원재료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다른 철강사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아도 문제다. 주요 철강 제품값 상승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번 포항지역 태풍피해로 포항제철소뿐 아니라 이웃한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침수돼 가동이 중단됐다. 전기로에서 봉형강 등을 생산해온 이곳 포항공장은 현대제철 연간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곳이다.

고정된 수요 대비 갑작스러운 공급량 감소로 주요 제품값은 이번 연휴를 지나면서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일부 제품군의 유통가격 인상 고지도 연휴 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동국제강에서 생산된 판재류의 경우 12일부터 톤당 10만원 인상된 가격에 공급된다.

한 중견 철강사 관계자는 "완성차·조선사 등 대형 고객사는 복수의 거래처를 두고 선제적으로 다량의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어 타격이 크지 않지만, 중소·중견 철강사의 사정은 다르다"면서 "적재할 공간이 부족해 물량확보에 한계가 있고, 원자재도 특정 철강사로부터만 공급받는 경우가 많아 대체 수급이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대체 수급을 하더라도 꾸준히 거래해온 업체보다 높은 가격에 들여와야 하는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면서 "다른 중소 제조·건설업체 등으로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만큼, 정부가 태풍 피해 대책을 세우면서 포항제철소 침수에 따른 산업계 전반이 겪게 될 2차 피해에 대해서도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