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곡물 수출 합의 문제 있다"…흑해 수출길 다시 막히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러시아가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 중재로 체결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 합의를 두고 연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합의 연장 거부 의사까지 밝히고 있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다시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곡물 수출 재개 합의의 목적은 신흥국 식량난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부유한 서방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며 내용 수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연설에서 "(러시아와 개발도상국은) 속았다"면서 "우크라이나 항구를 떠난 87척의 선박 가운데 최빈국을 향한 선박은 2척뿐이었으며 나머지 곡물은 개도국이 아닌 유럽연합(EU) 국가로 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으로는 전례없는 인도적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곡물이 서방 국가를 향하지 못하도록 목적지를 제한하는 내용의 수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6일에는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수출 재개 합의의 조건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합의 연장 거부를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7월 합의 당시 러시아는 흑해 봉쇄를 풀고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을 열어주기로 하면서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에 대해선 서방 제재를 해제하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러시아의 곡물·비료 수출 제한은 한 달이 넘도록 해제되지 않고 있다. 대러 제재가 워낙 복잡하게 구성된 탓에 해제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네벤쟈 대사는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러시아의 곡물이나 비료가 유엔 중재 합의에 따라 수출된 적이 없다"면서 "이번 합의는 11월 종료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며 합의가 연장돼야 하지만 결과가 없다며 모든 옵션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만일 러시아가 곡물 수출 합의에서 이탈할 경우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도 다시 막히는 만큼 국제 식량난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월 세계 3~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뒤 해외로 가야 할 2000만톤(t) 이상의 우크라이나 곡물이 오데사 등 주요 항구 창고에 묶이면서 주요 식량 가격이 급등, 세계 식량 시장에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