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IT 업황부진, 2차전지만 충전하는 투자자금

IT업황 부진이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IT는 코스피, 코스닥 시가총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등 증시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의 약세가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구매여력이 약해졌고 반도체, 스마트폰 부품 등 한국기업 주력제품을 사들이는 고객사들의 재고조정이 아직 진행중이어서 업황 반등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곳은 전기차용 2차전지 정도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IT섹터 애널리스트들은 올 하반기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부품과 TV를 포함한 백색가전 전반의 판매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분기 중 출하량 반등을 기대했던 스마트폰도 여전히 재고 조정이 진행중이어서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구매 심리는 3분기까지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D램 구매의 50%를 차지하는 PC, 스마트폰 업체의 재고 조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 심리 약화에 따른 세트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반도체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수준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세트 완제품 판매가 증가하고 고객사들이 보유한 메모리 재고가 줄어든 이후 메모리 반도체 구매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도 "IT 부문 패널 가격을 보면 모니터가 12개월, 노트북은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며 "8월 한국의 컴퓨터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30% 감소하는 등 IT 수요둔화 흐름이 뚜렷한 상황이라 패널가격 역시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 업황 개선시점도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월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대비 늘어나면서 잠시 기대감을 형성했으나 7월부터 다시 주춤한 모양새를 보였다는 것이다. 중국 PMI(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도 개선세를 멈춘터라 생산측면의 여견도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사정이 좋은 곳은 2차전지 업종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차전지 글로벌 톱 10업체의 7월 공급량은 39.7GWh로 전년대비 82.6% 늘었다. 전월대비로는 13.3% 줄었는데 테슬라가 상하이 공장 생산 라인 개선을 위해 2주간 공장 셧다운을 단행했기 때문이지 수요둔화가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중국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CATL 등 중국 2차전지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더 어려워졌고, 이는 한국기업의 수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 (391,000원 ▲2,000 +0.51%), 삼성SDI (438,000원 ▼5,500 -1.24%), SK이노베이션 (109,600원 ▲600 +0.55%) 등 2차전지 3사는 각각 미국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현지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단독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러다보니 시중 투자자금이 2차전지 업체로만 쏠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6월말 37만1000원에서 현재 50만6000원까지 치솟았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쌍끌이 매수가 연일 이어진 결과다. 같은 기간 삼성SDI도 20% 가량 주가가 상승했고 SK이노베이션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와 LG디스플레이 (10,550원 ▲170 +1.64%) 등 IT 대표 기업들은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버거운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아이폰14 출시 이벤트가 시작됐고 전망이 나쁘진 않으나 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돌리기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