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VIP
통합검색

좀 비싸면 어때?… 쓰레기도 '힙'하면 산다

머니투데이
  • 최경민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2.09.30 05:30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찐터뷰 : ZZINTERVIEW] 29-① 업사이클에 뛰어든 2030 CEO들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의 모든 기사는 일체의 협찬 및 광고 없이 작성됩니다.
폐소방복을 업사이클한 119REO의 가방.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은 제품을 오히려 선호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사진=최경민 기자
폐소방복을 업사이클한 119REO의 가방.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은 제품을 오히려 선호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사진=최경민 기자
가치소비. 똑같은 제품에 돈을 쓰더라도 '가치가 담긴' 것을 사겠다는 것. IT(정보기술)의 발전 속에 자연스레 자기 과시의 시대를 살고 있는 2030세대의 특성이다. 좀 비싸면 어때? 의미가 있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

'업사이클'은 이 가치소비가 키운 트렌드다.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를 합친 말. 버려지는 제품을 창조적으로 재탄생시켜 가치있는 물건을 만든다는 뜻이다. 그렇게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들을 모아 티셔츠로, 가방으로 만든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페트병 티셔츠, '미세 플라스틱' 만드는 건 똑같아"


이런 '업사이클 트렌드'에는 맹점이 있다. 예컨대 플라스틱은 업사이클 과정을 거쳐도 플라스틱이다. 업사이클을 거친다고 해서 플라스틱이 친환경 소재로 변하지 않는다. 유행과 트렌드 속에 '업사이클을 위한 업사이클'이 이뤄지는 것은 일종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찐터뷰'는 지난 7월 국내 최대규모 플로깅 단체 '와이퍼스'를 운영하는 황승용씨(36세)와 만나 이 부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플로깅은 조깅을 하듯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그 누구보다 많은 쓰레기를 줍고 있고, 쓰레기 배출 감소를 위한 사회적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황씨와의 대화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 업사이클 패션 등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게 '쓰레기 배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까.
▶"좀 조심스럽다. '소비'로 푸는 방식은 항상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 무슨 말인가.
▶"계속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게 더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신발을 굉장히 오래 신는 것이랑, 힙하게 유행하고 있는 친환경·업사이클링 신발을 빠르게 버리고 또 사는 것이랑, 뭐가 더 옳은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플로깅 단체 '와이퍼스'의 황승용 대표 /사진=황승용 제공
플로깅 단체 '와이퍼스'의 황승용 대표 /사진=황승용 제공
- 그린워싱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해보라. 페트병을 모아 만든 티셔츠가 굉장히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 페트병 티셔츠를 세탁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배수구를 통해 바로 하천으로 들어간다. 일반 플라스틱 소재와 뭐가 다를까. 그래서 조심스럽다 한 것이다."

- 소비를 조장하는 방식의 업사이클은 안 된다는 뜻 같다.
▶"그렇다. 그래서 업사이클 분야는 정말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뭔가 과시하고, 멋져보이고, 이런 식의 업사이클 보다는 소비를 줄여나가는 방식이 맞는 것 같다. 2030세대의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구'를 잘 건드려주는 게 중요하다. '나는 상반기에 옷을 하나도 안 샀다' 이런 걸 자랑으로 여기는 문화가 더 필요할 것 같다."


꼭 필요한 업사이클이란?


'업사이클을 위한 업사이클'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업사이클'을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찐터뷰'는 지난주(19~22일) 우리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활용해야 하는 자원들을 소재화해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고 있는 업체 네 곳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찐터뷰'가 소개한 업사이클 기업은 △커피박으로 만든 벽돌 등을 파는 커피클레이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드는 트레드앤그루브 △폐소방복으로 가방을 만드는 119REO △폐그물 등 해양 쓰레기로 가방을 만드는 컷더트래쉬였다. 모두 필수 불가결하게 우리 사회에서 많이 쓰고 있는 것들을 업사이클할 방법을 모색해온 기업들이다.
왼쪽부터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 이승우 119REO 대표, 임소현 컷더트래쉬 대표
왼쪽부터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 이승우 119REO 대표, 임소현 컷더트래쉬 대표
대표들이 모두 2030세대라는 특징도 있었다. 업사이클에 뛰어든 이들 젊은 CEO(최고경영자)는 황승용씨의 생각과 비슷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하는 사업이 '업사이클을 위한 업사이클'은 아닌지, 그린워싱은 아닌지. 결국 '덜 쓰는 게' 우선이란 점에 의견이 모아진다.

폐그물을 세척한 후 '그물 모양'을 그대로 살린 에코백 등을 주력으로 팔고 있는 컷더트래쉬의 임소현 대표(27세)는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해서 또 쓰레기를 만드는 식의 제품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업사이클 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소방복 라인을 그대로 살려 업사이클 제품을 만드는 119REO의 이승우 대표(29세)는 "우리가 '진짜 친환경이 맞나' 이런 생각을 반복하고 있다"며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사실 업사이클 이전에 과잉 생산을 하지 않는 게 맞다. '환경'에 대한 고려없이 그저 '업사이클 한다'는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능하다면 완벽하게 자연에 돌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커피클레이는 토양이나 물에 닿으면 곧바로 퇴비화가 진행되게끔 만든 벽돌 및 화분 등을 팔고 있다. 커피찌꺼기가 토양을 산성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특수 처리한 게 특징이다.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34세)는 "무조건 '땅에 해를 주지 않고 사라지는 것을 만들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레드앤그루브와 한국타이어의 콜라보/사진=트레드앤그루브 인스타그램
트레드앤그루브와 한국타이어의 콜라보/사진=트레드앤그루브 인스타그램
트레드앤그루브의 이온 대표(28세)는 "필수적인 분야에서 폐기물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그걸 버리고, 태우고, 처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업사이클은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의 업사이클은 '메시지'나 '마중물'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우리같은 회사들이 계속 시도를 하면 사회가 바뀔 수 있다. 가장 환경을 많이 오염 시켜온 패스트패션 브랜드들도 이제 '친환경' 얘기를 하기 시작했지 않나"라고 말했다.


'착한 것' 만으로는 한계…'선'에 달렸다


젊은 CEO들의 말을 종합하면 업사이클은 △꼭 필요한 부분에서 △소비를 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회에 '친환경' 메시지를 줄 수 있게 유도하게끔 해야 한다. 이런 시도의 성공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가치소비' 심리에 달렸다. 제품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이온 대표의 말을 더 들어보자.

"실제 소비자분들의 반응을 보면 '착한 것' 만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친환경인 거, 지구를 지키는 거, 다 좋은데, 한계가 있어요. 아무리 착한 의도가 있어도 자기 돈으로 제품을 사는 행위잖아요? 안 예쁘거나, 안 튼튼하거나, 힙해 보이지 않으면 구매를 안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구매까지 연결시키려면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좋은 일 하시네요'란 말도 많이 듣지만, 실제로 구매하는 분들은 '예뻐서 산다'고들 하세요."

그래서 업사이클 제품들은 '디자인'에 힘을 준다. 세척과 소재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업사이클 특성상 가격을 낮추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폐소방복 가방, 그물 에코백, 폐타이어 신발, 커피박 벽돌 모두 디자인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폐기물'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것을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제품도 있다.
폐그물을 그대로 살린 컷더트래쉬의 시그니처 가방/사진=컷더트래쉬 홈페이지
폐그물을 그대로 살린 컷더트래쉬의 시그니처 가방/사진=컷더트래쉬 홈페이지
업사이클 기업들이 디자인을 통해 '힙'해지는 과정을 거치고, 더 많은 판매를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그게 또 소비를 조장하는 행위가 되진 않을까. 어려운 문제다. 그 '선'을 어느 수준에서 유지하느냐에 업사이클 기업, 산업의 미래가 달렸을 수도 있겠다.

고유미 대표는 커피박으로 만든 친환경 점토에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등 화학 소재를 섞으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제3의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폐그물 업사이클로 사업을 시작해 폐플라스틱 등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는 임소현 대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과, 자원 순환으로 에코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를 같이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며 "좀 더 혁신하고, 좀 더 디자인을 잘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야 업사이클 소비자가 많아진다. 업사이클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거대 기업들과 기관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암투병 소방관 지원'을 위해 폐소방복 업사이클 사업을 시도했던 이승우 대표는 "처음에는 첫 관심사가 '소방'이었지만, 조금씩 '환경' 쪽으로 관심이 더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폐소방복은 재난을 구해주는 역할에 사용된 게 아닌가. 재난은 '인재'도 있지만, 요즘에는 '환경'의 변화로 인한 게 더 많아지고 있다"며 "업사이클을 한다는 것은 친환경에서도 선두주자 같은 격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회사 공장 내부를 커피박 벽돌로 꾸민 모습/사진=커피클레이
한 프랜차이즈 커피회사 공장 내부를 커피박 벽돌로 꾸민 모습/사진=커피클레이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단독 경리단길 바뀌나…용산공원 동쪽 61만평 개발 '밑그림'

네이버 메인에서 머니투데이 구독 카카오톡에서 머니투데이 채널 추가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부꾸미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