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생화학 무기 대응 나설수 밖에" 으름장

우크라이나 산업도시 드니프로 길거리에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이 담요에 덮여 있다. / 사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방공미사일 지원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에 '비대칭 전력'을 통한 보복 가능성을 언급해 긴장감을 높였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회담 가능성을 일축했다.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이 전쟁에 관여할수록 비대칭 전력을 포함한 대응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대칭 전력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이 가능한 무기를 의미한다.


전날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첨단 방공 시스템을 포함한 지원을 지속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인 '나삼스(NASAMS)' 6기를 조기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천명한 바대로 첨단 방공망이 완비되면 러시아군의 대규모 폭격을 상당 부분 무력화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나삼스는 최대 사거리가 160km인 중거리 방공 시스템으로 적의 항공기와 미사일, 드론 등을 요격할 수 있다. 독일 정부도 최신 방공 체계인 IRIS-T SLAM을 우크라이나에 수일 내로 제공하기로 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10일에 이어 11일에도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다. 이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나선 것인데 러시아도 가만 있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1일 "미국 방공 시스템이 키이우에 배치되면 (양국의) 충돌은 더 길어지고 우크라이나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레드라인'에 가까워졌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11일 미국 CNN이 보도했다. CNN과 단독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그(푸틴 대통령)가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나는 그가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그를 만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현지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만남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미·러 정상회담을) 제안받으면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