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실책→패배' 반복된 히어로즈 KS 흑역사, 극복 못하면 우승도 없다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휘집.

이런 것까지 닮을 필요는 없는데 선배들처럼 흑역사를 썼다.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휘집(20)이 선배 김하성(27·샌디에이고)이 보는 앞에서 팀 패배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키움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3차전에서 2-8로 SSG에 패했다.


3차전은 키움에 있어 꼭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역대 한국시리즈 1승 1패에서 3차전 승리 팀이 우승까지 하게 되는 비율이 87.5%(16번 중 14번)에 달해서만은 아니다. 에이스 안우진이 물집 부상으로 향후 등판이 불투명했고 4, 5차전에서 외국인 투수 2명도 쓸 수 없었기에 3차전을 잡아야 숨통이 트였다.

경기 종반까지 키움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4회말 간신히 1점을 뽑아냈고 선발 에릭 요키시는 이틀 휴식 후 등판에도 5⅔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진 불펜 투수들도 1점 차 리드를 8회까지 잘 지켜냈다. 하지만 팽팽했던 흐름이 평범한 땅볼 타구 하나에 급변했다. 키움이 1-0으로 앞선 8회초 1사에서 최정은 김동혁의 시속 145km 슬라이더를 빗맞춰 땅볼 타구를 만들었다. 유격수 김휘집은 이 타구를 잡아 빠르게 1루로 송구했으나, 공은 1루수 김태진 앞에서 바운드 돼 글러브에 맞고 하늘로 솟았다.

묘해진 분위기에 키움은 마운드를 최원태에서 김동혁으로 교체했고 실제로 한유섬을 우익수 뜬 공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후안 라가레스의 매서운 방망이는 피하지 못했다. 5번의 파울을 만든 라가레스는 7구째 체인지업을 받아 쳐 좌측 담장을 넘기면서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결국 9회초 SSG가 6득점하는 빅이닝을 만들면서 팀 패배로 이어졌다. 경기 후 홍원기 키움 감독도 "8회 김휘집의 실책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키움 1루수 김태진(왼쪽)이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8회초 1사에서 김휘집의 1루 송구를 놓치고 있다.

히어로즈 팬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기도 했다. 앞선 2014년과 2019년 두 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 모두 유격수의 치명적인 실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

삼성 라이온즈와 2014년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는 악몽과 같았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의 팽팽한 상황에서 5차전 9회초까지만 해도 히어로즈는 1-0 리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9회말 1사에서 나온 야마이코 나바로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강정호가 다리 사이로 흘렸고 이후 채태인의 안타, 최형우의 끝내기 2루타가 터지면서 1-2 역전패했다. 이때의 내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히어로즈는 6차전도 내주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두산 베어스와 2019년 한국시리즈 1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히어로즈로서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간 만큼 1차전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9회초까지는 6-6 동점으로 원하는 대로 경기가 흘러갔으나, 9회말 김하성은 평범한 뜬 공을 잡아내지 못했고 이후 1사 만루에서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면서 역전패했다. 이후 내리 3연패 하면서 히어로즈의 가을은 허무하게 막이 내렸었다.

또 한 번 흑역사가 반복됐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승도 없다. 유격수 실책에 가렸지만, 한국시리즈만 오면 클린업 트리오가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도 재현됐다. 이정후는 타율 0.214(14타수 3안타), 김혜성은 타율 0.077(13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다. 푸이그만이 타율 0.333(12타수 4안타)로 중심을 잡고 있을 뿐이다. 키움은 4차전 선발로 좌완 이승호(23)를 내세워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김휘집을 비롯한 중심 타선의 결자해지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김하성이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