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모든 걸 담았다"…中시위 상징된 '백지'[영상]

중국 우전에서 한 여성이 입에 검은 테이프를 붙이고 손에 쇠사슬을 건 채 백지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트위터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제로코로나 항의 시위에서 시민들은 흰색 A4 용지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번 시위가 '백지시위'로 불리는 이유다. 외신은 백지가 시위의 상징물로 떠올랐다며 백지가 가진 의미에 주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진핑 권위주의 통치 아래 안전하게 저항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으며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건 점점 더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면서 "백지는 검열에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수단이 됐다"고 짚었다.


베이징 시내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여한 한 젊은이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백지는 우리가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한 젊은 여성이 입에 검은 테이프를 붙이고 손에 쇠사슬을 두른 채 백지를 들고 저장성 동부 우전의 한 거리를 걸으며 시위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한 가운데 백지만이 유일하게 저항을 표시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주민들이 백지를 들고 제로코로나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로이터는 중국 누리꾼들 역시 위챗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백지를 들고 있는 자신의 사진이나 흰색 네모 사진을 올리며 백지시위에 지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모교인 명문 칭화대에서도 수백 명의 학생이 백지시위에 나섰다. 이 시위는 칭화대 캠퍼스 안에서 한 학생이 구내식당 근처에서 백지를 들고 시위를 시작했다가 직원에게 종이를 빼앗기자 이를 지켜보던 수십명의 학생들이 백지를 들고나와 시위에 동참하면서 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국 누리꾼은 백지시위를 벌이는 영상을 웨이보에 올리면서 "이곳에서 침묵은 더 큰 소리를 낸다. 이해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날 중국에선 백지시위를 막기 위해 중국 최대 문구업체인 신광문구(Shanghai M&G Stationery)가 국가 안보 보호를 목적으로 A4 용지 판매를 중단한다는 루머가 SNS를 통해 돌기도 했다. 이 여파로 신광문구 주가는 장중 한때 3%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신광문구 측은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제조와 운영 모두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에서 백지시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 때도 등장했었다. 당시 홍콩 시민들은 '홍콩 독립', '홍콩에 자유를' 등의 구호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되자 백지를 들고 항의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