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사라졌다?" 연말 행사 줄취소…건강이상·도피준비 관측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매년 진행해 온 연말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면서 건강이상설, 남미 도피준비설 등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AFP=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주일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년 빼놓지 않고 진행했던 연말 기자회견과 아이스하키 경기 출전 등 연례행사까지 잇따라 취소하면서 건강이상설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 패배에 따른 실각 가능성에 대비해 도피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마지막 자리는 지난 9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공동체(EAEC)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샴페인잔을 들고 술기운에 취한 모습을 보였으며,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를 크림반도와 혼동하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16일 푸틴의 부재설을 일축하려는 듯 이틀 연속 내각 화상회의를 주재하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더타임스는 대통령 부재시를 대비해 크렘린궁이 미리 찍어둔 동영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공동체(EACE) 행사를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푸틴 대통령(왼쪽)이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AFP=뉴스1

푸틴 대통령의 행방·건강 등과 관련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연례행사 줄취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이 올해 연말 기자회견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이 2012년 대통령으로 복귀한 후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매년 12월 기자회견을 진행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수백 명의 언론인과 외신 기자단을 불러 모아 놓고 평균 3시간 이상 TV 생중계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올해 이 행사를 취소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밀리고 있는 데다 강제 동원령에 따라 여론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영국 가디언은 "연말 기자회견은 푸틴 행정부의 투명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는데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고립되면서 이 기회와 멀어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건강한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매년 연말 참가하던 아이스하키 행사도 취소했다. 푸틴은 거의 매해 붉은 광장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열고 경기에 직접 출전했는데 올해는 건너 뛰기로 했다.

지난해 연말 아이스하키 경기에 참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AFP=뉴스1

대통령이 자취를 감추면서 건강 이상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의 췌장암·갑상선암 수술, 파킨슨병 진단 등 가능성을 제기해 왔는데, 장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실제로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각 가능성에 대비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로 탈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최고경영자(CEO)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 이 같은 탈출 계획을 꾸밀 수 있다는 풀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초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림대교를 찾아 시찰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푸틴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출신인 아바스 갈리야모프 정치평론가는 크렘린궁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이 최악의 상황에 도피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탈출계획 작전명을 '노아의 방주'로 정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이 매년 마지막 날 진행하던 대통령의 TV연설, 신년 의회 시정연설 등까지 취소할 경우 푸틴의 신변이상설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조만간 벨라루스를 찾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는 일정이 공개된 만큼 실제 모습을 드러낼 지가 관전 포인트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인 예카테리나 슐만은 "정권 안정성 유지 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행사를 취소한 것은 뭔가 매우 의심스럽다"며 "벌써부터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