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33%↑등유값...'에너지 빈곤층' 더 춥다

(수원=뉴스1) 김영운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행동이 12일째 이어진 5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주유소에 등유 가격만 붙어있다. 주유소 관계자는 "휘발유와 경유는 재고가 떨어진 상태이고 현재 등유만 팔고 있다"고 답했다. 2022.1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습적인 한파 속에서 리터(ℓ)당 등유 가격이 전년 대비 30% 넘게 치솟으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불어나고 있다. 등유 공급이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위축된 데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27일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실내등유 가격은 ℓ당 1484.13원으로 전년동기(1월 26일 1113.39원) 대비 33.3%(370.74원) 높은 수준이다. 이는 전날 ℓ당 휘발유 가격(1569.67원)을 약 80원 차이로 바짝 다가선 수준이다. 지난해 동기에만 해도 휘발유 가격이 등유 가격을 500원 넘게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좁혀진 셈이다.


설 연휴부터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기습적인 한파 속에서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등유는 주로 도시가스를 설치하지 못한 낙후 주택 가구에서 동절기 난방연료로 사용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 발표한 '에너지총조사 보고서'를 보면 월 소득이 500만원 이상∼600만원 미만 가구는 등유 소비 비중은 1.8%인데 비해 100만원 미만 가구는 18.8%에 달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이어지며 저소득 가구의 생계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등유 가격 급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유 수급난과도 무관치 않다. 경유와 등유의 생산 설비가 부분적으로 겹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정유 업계가 경유 생산에 생산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등유 공급량은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COVID-19) 방역 해제로 전 세계적으로 관광 수요가 커지며 항공유 생산에 기반이 되는 등유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대책이 휘발유·경유 가격 위주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등유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개별소비세율 인하폭 30%를 적용되고 있어 휘발유·경유·LPG 부탄과 달리 유류세 인하 혜택으로 인한 가격 안정 효과를 추가로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등유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세제 혜택보다 등유 바우처 등 예산 지원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해 에너지바우처, 등유 바우처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난달 생계·의료급여 수급 가구 중 소년·소녀 가장·한부모 취약 가구를 지원하는 등유 바우처의 가구당 평균 지원 단가를 기존 31만원에서 64만100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린 바 있다.